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리더십은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에너지를 분출시켜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다. 이를 통해 군인은 승리를, 기업은 성장을, 국가는 번영을 이룬다. 리더는 현실을 타개하고 미래를 추구하고자 리더십을 활용한다.

조직의 리더는 시인과 달리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육성된다. 현장 경험을 통해 숙성되는 과정이 필요하단 의미. 사회가 복잡다기하고 경쟁이 치열하기에 한층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로마제국 인재 양성 시스템은 벤치마킹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들은 실무 체험을 중시했다. 역량을 시험받지 않은 지도자가 등장해 제국이 혼란에 빠지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20대 초반에 리더 후보는 로마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재정을 관리하는 회계감사관을 맡았다. 다음 법무관으로 사법 절차를 익혔고 지방관과 군대 간부를 수행했다. 여러 직책을 역임하면서 마흔이 넘어야 최고위 관직인 집정관 자격이 있었다.

리더십은 비전을 현실로 바꾸는 능력이다. 그 요체는 무엇일까. 아테네 민주정치를 꽃피운 페리클레스는 리더가 가질 덕목을 제시한다. 앞날을 예측할 식견과 이를 설명할 대화 능력 그리고 진정한 애국심과 사리사욕이 없을 것을 들었다.

기원전 431년 그가 연설한 전몰자 추도사는 유럽의 고교 교과서에 실렸다. 지금 읽어도 가슴 뭉클한 명문장. 특히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은 국가를 떠받치는 의무를 이행치 않는 사람이란 지적은 죽비로 다가온다. ‘지도자 자질은 지성·설득력·인내심·자제력·불굴의 의지가 요구된다. 오직 카이사르만 모두를 갖췄다.’ 이는 이탈리아 고교 역사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이다.

경영학자 드러커는 말했다. 리더십에 관한 최고 저술은 그리스 크세노폰이 지은 ‘키루스의 교육’이며, 그 훈련을 위한 최적지는 ‘미국의 군대’라고. 군사 전문가 퍼이어는 미군 지휘관 연구를 위해 1000명 넘는 장성을 만났다.

세계 최강 미군을 통솔하는 우수한 리더는 인품·결단력·도전정신·위임에서 구분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18세기 건국 초기부터 미합중국은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 초대 워싱턴에서 트럼프까지 전직 대통령 44명을 배출했다. 그들은 제각각 영도력으로 최강대국 미국을 이끌어왔다.

특히 제39대 지미 카터는 퇴임 이후가 아름다운 대통령으로 존경을 받는다. 민주당이 외부 발탁해 대선에 출마한 그는 현직인 포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활짝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나 힘없고 실패한 리더로 여겨졌다. 한데 세계를 누비며 봉사 활동을 펼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최고 지도자는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 근년에 벌어진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를 보여준다. 미국 유학한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이 공격하자 돈을 챙겨 외국으로 줄행랑쳤다.

반면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사 항전을 외치며 국민을 이끌었다. 공항 활주로에 흩날린 가니의 돈다발과 방탄복 차림 젤렌스키의 결연함은 극적인 대비를 보인다.

작금 한국엔 전직 대통령 세 분이 생존해 계신다. 그중 문재인 대통령은 양산 사저 인근에 ‘평산책방’을 열고 틈틈이 책방지기로 일한다. 국민 절반이 연중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독서문화를 깨는 외침이 됐으면 좋겠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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