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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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감상] 시(詩)는 본디 노래였다. 스웨덴 한림원은 밥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미국의 위대한 대중음악 전통 안에서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 그가 노래의 형태로 시를 쓰는 것은 고대 그리스의 호머와 다르지 않다. 딜런의 노래는 귀를 위한 시(詩)다.”라고 이유를 발표했다. 박인환 시인이 31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기 일주일 전에 쓰인 ‘세월이 가면’도 노래로 만들어져 널리 불렸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가족, 연인, 친구를 잃었던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달래주었다. 시가 노래라는 본령(本領)에서 멀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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