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일 前 포항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배연일 前 포항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주지(周知)의 사실이듯 군(軍) 초급 간부들의 사기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그 여파로 각종 사관학교와 학군장교(ROTC), 부사관 등의 지원율마저 급락하는 추세이다. 특히 초급 장교의 70%를 차지하는 학군장교의 지원율 하락은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내 1호 학군단인 서울대의 경우 1기생(1963년)은 무려 528명이나 임관했으나, 60년이 지난 2022년에 임관한 60기생은 겨우 9명에 불과했다. 즉 1기생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확 줄어든 것이다. 올해 서울대 ROTC 65기 1차 모집에 지원한 1학년 학생은 불과 6명에 그쳤다. 이는 비단(非但) 서울대뿐만이 아니다. 연세대 11명, 고려대는 고작 2명뿐이다. 이른바 SKY 대학 모두가 정원에 미달 된 것이다. ROTC 중앙회에 따르면 ROTC가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는 대학도 적지 않다고 한다. 또한, 2011년부터 현재까지 6개의 교대 학군단도 지원율 미달로 폐지되었다.

이렇듯 학군장교(ROTC)의 지원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복무기간은 병사보다 훨씬 긴데, 급여는 조만간 사병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군장교뿐만 아니라 부사관 지원율 또한 역대 최저이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육해공 3군 부사관 지원율은 지난해 4.0대 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8년 5.4대 1, 2019년 5.6대 1로 5대 1 수준을 유지하다 2020년 4.8대 1, 2021년 4.4대 1, 2022년 4.0대 1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병사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해 부사관의 중요성이 더 커졌지만, 군(軍)은 이처럼 부사관 선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가 알거니와 병사의 처우는 대선(大選)을 치를 때마다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장교나 부사관은 거의 제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부사관(하사 1~4호봉) 연봉은 2,768만 원으로 병사 평균 428만 원의 6.5배였으나, 올해는 2.2배로 줄어들었다. 2025년이 되면 1.4배로 더 좁혀진다. 복무기간도 현재 육군의 경우 부사관은 48개월인데 병사는 18개월이다.

이렇듯 병사 처우 개선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장교나 부사관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그 결과 학군장교(ROTC)나 학사 장교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사관학교와 부사관 역시 지원율 저조에 중도 포기자까지 속출하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초급 간부들의 조기 전역 또한 급증하고 있어 예사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사관학교, 학군·학사 장교, 부사관 등의 지원율 하락을 포함한 군(軍) 초급 간부 사기 저하의 발단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병장 월급 200만 원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병사들의 월급 인상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년 내에 병장 월급 200만 원 인상은 어느 모로 보나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기본 의무인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병사들에게 이렇게까지 높은 월급을 주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안다. 심지어 군무원(각급 부대에서 ‘행정’ ‘시설’ ‘무기 관리’ 등을 맡는 민간 인력)마저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우리는 절대 흘려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병장 월급이 7급 군무원 월급보다 많아지는 게 정상이냐며, 군무원 월급이 병사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다고 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2년 군무원 7급 1호봉의 봉급은 192만9,500원이다. 8급 1호봉은 172만300원, 9급 1호봉은 168만6,500원이다. 2025년에 인상되는 병사 월급 200만 원은 일부 군무원들이 받는 봉급(시간 외 근무 등 각종 수당 제외)보다 더 많아지게 되니 말이다.

만약 정부가 추진 중인 병사 월급 인상을 중단한다면 연간 10조 원대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런데 병장 월급 200만 원 공약을 지키려면 병사 월급에만 연 5조여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장교와 부사관 월급까지 균형을 맞추려면 연간 10조 원 이상이 들어가야 하니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님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본다. 대선 때 했던 공약사항을 지킬 수 없어 미안하다는 대국민 사과를 하고, 병장 월급 200만 원 약속은 지금이라도 거둬들여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그게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이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의 안보와 함께 군(軍)의 척추인 초급 간부 처우를 개선하여 사기를 높이는 것이 국방 개혁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께서 큰 용단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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