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비가 오니 개울물이 모여서 냇가 강물이 되어 바다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순리 자연법칙이다. 생로병사에 따라 희로애락이 반복되는 속세에 슬픈 눈물 세 번 흘리며 달래고 기쁜 만세 삼창 외치면 오장육부 속살까지 후련하다. 살고 나면 맹탕 맹물 스쳐 가는 무효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산다.

내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고 네가 잘났다고 폼 잡는 것도 바람 같은 청년시절 한순간 찰나다. 끝까지 갈 줄 알았나 쉰만 넘겨 봐라 탱탱한 피부 처진다. 마음에 가두지 마라 영양가 없는 부질없는 짓이다. 망상에 빠지지 말고 현실·실속 위주로 살아라. 간판 껍데기는 거추장스럽고 무슨 소용 있나.

어차피 한 많은 인생살이 서로 다투고 겨루는 도토리 키 재기 하다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게 자연의 순리다. 이 세상 누구도 영원한 삶은 없다. 때로는 져 주고 때로는 넘어가 주고 때로는 모른 척하세. 그것이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친구이며 동지일세. 뼈에 박히고 가시 돋은 말도 우리는 씹어 삼킬 나이이며 녹일 따뜻한 가슴 심장이 있는 자네 아닌가.

아내는 태어날 때, 시집갈 때, 엄마 죽을 때, 세 번 시늉 눈물 아닌 진심으로 운다. 사내대장부는 태어날 때, 직장에 잘릴 때, 조국 잃을 때, 세 차례 작심하고 황소 울음 펑펑 운다. 나는 총각 시절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자 중천(中天) 눈부신 해 보고 만세! 결혼하여 득남 환한 새벽 달 보고 만세! 월드컵 4강 신화 태극기 향해 거수경례 만세! 세 번 했다.

집안 챙기는 아내는 살림하고 아기 낳고 키우고 부모봉양 굿은 일 다 한다. 바깥으로 나돌며 떠벌리는 남편은 돈 벌어 식구 먹여 살리고 집 보초 서며 나라 지키는 파수꾼 맞다. 아내와 나 우리 모두 바람 앞 촛불 6·25 피난시절 지옥 배고픈 보릿고개 넘겼잖나. 진짜 정말 고되고 험난한 세옹지마 용케 살아온 것이 꿈 같네, 그려.

환갑 지나 퇴직하니 남는 것이 시간. 이것이 인생 진국이네. 알뜰하게 사세 허튼짓하면 벌 받네. 한치 앞가림 못 하는 인생 엇박자투성이 허리띠 풀고 살만하니 육신은 여기저기 고장 나고, 잔글씨 안 보이고 방금 말한 것도 잊어버리는 노화현상 석양에 지는 해다. 주변의 벗들도 사흘만 안 보이면 추풍낙엽 되어 떨어져 하늘나라 도착했다는 소식 접하면 성모당에 촛불 켜고 추모 기도한다. 코로나 세상에는 자주 요즘 간간이 걸어서 갈 수 있을 때까지 렛츠 고(G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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