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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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이시여,
내 손안의 작은 왕국에서
비밀번호와 패턴이 새로워질수록
아무도 풀 수 없도록 하여 주소서
카메라 줌이 급식실과 운동장을 잡아당기듯
옆 반 그 아이 눈빛을 끌어당겨 주시고
오늘 쓸 데이터가 모자라지 않게 하소서
내 폰 떨어뜨린 짝꿍을 용서하기 싫으나
이번 기회에 새로운 폰이 생긴다면야
엄마 구박을 견딜 만한 힘을 주시고
아빠 카드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하소서
다만 약정 끝날 날을 기다리느라
휴대폰 가게 알림판만 보이나이다

[감상] 문봄 시인의 첫 동시집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상상 동시집 20)를 즐겁게 읽었다.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재미와 의미와 감동이 골고루 뿌려져 있다. 바야흐로 ‘폰’의 시대다. ‘폰’으로 시작하고 ‘폰’으로 끝난다. 딸아이는 제 폰이 후졌다며 자꾸 새 폰으로 바꿔 달란다. 직장 동료는 새로 나온 아이폰으로 갈아타기 위해 성지 순례 중이다. 방과후에 아이들은 폰에 옴짝달싹 붙들려 있다. 주기도문이 아니라 ‘폰기도문’이 대세다. 문봄 시인의 ‘폰시(詩)’가 계속 이어지길 ‘동시메다 포항별’에서 텔레파시를 보내본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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