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포항대학교 간호학과 외래교수
이진영 포항대학교 간호학과 외래교수

이진영의 ‘재난 영화들을 통해서 보는 사회복지’ 네 번째 이야기는 2013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이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발명한 냉각물질이 결국은 부작용이 발생해서 오히려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변하고 멸망 직전의 살아남은 인류는 달리는 기차(설국열차)에서 삶을 영위해 나간다. 하지만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사는 뒤쪽의 꼬리 칸에서부터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 칸. 열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았으며 마침내 불평등한 열차는 전복되고 자유로운 세상이 온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경제력이라는 것, 즉 돈이 그 사람의 인격이나 지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서 설국열차의 각기 다른 기차 칸의 삶처럼 자본주의라는 세상에서는 돈이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 동의를 하게 된다.

‘평등의 기준을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으로 구분한다면 세상은 불평등한 것이 평등이다’라는 말처럼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으로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나 인간다운 삶을 모두가 보장받았다는 것은 기회의 평등이고 어떤 부모를 만나고 어떤 환경 속에서 태어나 각기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은 불평등하다고 볼 수 있어도 그건 결과의 평등이기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의 평등은 아니라도 기회의 평등마저 불공평해서는 안 되며, 일명 금수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이 아닌 집안의 배경과 부모의 경제적 능력으로 채용 특혜와 삶의 특권을 누린다면 국가는 법과 제도를 통해서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사회복지에서 주로 쓰는 단어 중에 ‘낙인’ 이라는 단어가 있다

쇠붙이로 만들어 불에 달구어 찍는 도장을 지칭하며 과거 죄인들에게 형벌로 그 도장을 몸에 찍기도 하였으며 벗어나기 어려운 부정적 평가를 내린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영세민, 생활보호대상자, 수급자 등과 같은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행정적인 업무를 제외하고 당사자들을 지칭하는 말로 이름 대신 호칭으로 쓰는 것도 해서는 안 되는 낙인이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사회적 약자들에게 당당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는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설국열차의 각기 다른 칸막이를 친 것처럼 그 칸막이를 제거해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당연한 책무이며 그것이 부족하다면 최소한 우리 사회가 설국열차처럼 칸막이를 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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