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TBC 전 보도국장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TBC 전 보도국장

“부하의 충성심에 의지하지 말라.” 중국 전국시대 철학자 한비자(韓非子)가 충성스런 신하를 찾는 군주에게 무거운 조언을 했다. “군주와 신하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신하에게 충성심이란 없다. 신하의 이익이 달성되면 군주의 이익은 사라지게 된다.”

물론 극단적인 조언이지만 신하가 소기의 목적을 위해 군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쉽게 해석하면 신하 자신의 이익이 걸리면 충성이 배신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수사가 분수령을 넘고 있다. 철옹성 같았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구속 10개월 만에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검찰에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대북 송금’에 이재명 경기지사(현 민주당 대표)가 관련됐다고 첫 실토를 한 것이다. 그는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이 지사에게 사전 보고한 뒤 대북 송금을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이 대표의 관련성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다. 제 3자 뇌물 혐의 구속영장 청구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지난 2019년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한다. 그 중 500만 달러는 경기도가 추진하던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비 대납이었고, 300만 달러는 북한이 이 대표 방북 전제 조건으로 요구한 방북 비용이었다. 대권을 노리던 이 대표의 야망과 이를 이용하려는 검은돈이 결탁했다는 정황이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사실무근’이라던 이 대표의 자신감은 이 전 부지사가 충성심으로 끝까지 함구해 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비자, 권력의 기술’(이상수 저)에서 한비자는 미리 본 듯 조언한다. “부하가 마음을 달리 먹으면 과거의 충성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되레 부하의 마음이 달라진 줄 모르고 여전히 충성스럽다고 생각할 경우 군주가 치명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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