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교내에서 극단선택을 한 임용 2년 차 새내기 초등교사, 부모의 심정과 선배 교원으로서의 미안함을 모아 삼가 명복을 빕니다.

사람은 교육을 통해 지식 습득과 더불어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그 과정과 결과에서 개인의 행복을 이루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교원이 행복해야 행복한 교육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단 현실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저마다 교육개혁을 내세웠지만 실패한 원인에는 학교현장성이 부족한 ‘보여주기’식 정책 남발과 함께 교원을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 큰 요인이라고 본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친구를 괴롭히며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학생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학칙을 어기고 선생님의 말을 어겨도 학교와 교사는 무기력한 존재라는 인식이 학생들에게 확산된지 오래다.

교단 붕괴가 어제오늘이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의 학교현장은 학교폭력과 교권추락 요인인 교사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공무 및 업무방해·상해폭행·성적굴욕감과 혐오감·성폭력범죄 등 이젠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런 행동을 해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학생 체벌금지에 상벌점제도 유명무실한 탓이다.

교사가 학생을 꾸짖으면 자칫 소송당하기 십상이고, 교실에서 분리시키는 조치도 인권침해나 아동학대로 몰리기 일쑤다.

교사가 신명 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구호성 교육정책만 외친다고 실행이 되겠는가.

정부는 교직사회의 침잠(沈潛)된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 왜 담임기피 현상이 심한지, 무슨 이유로 학부모 악성민원이 빈발하게 일어나는지, 교실 안팎에서 학생·학부모가 교사를 구타하는 등의 교권 침해사건이 급격히 늘어나는지, 교직사회의 헌신과 열정을 불러일으킬 대안은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교원이 행복한 가운데 교육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긍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교직은 누가 뭐래도 전문직이며 자긍심과 헌신, 열정이 수반돼야 학생 교육이 제대로 이뤄진다.

매 맞는 교사가 늘어나고, 정당한 생활지도권조차 보장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에 시달려 교원들이 자아존중감을 상실하면서 병가를 내거나, 교단을 떠나거나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이들이 공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이는 결국 선생님들이다. 정부가 화려한 교육정책과 대책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지만 결국 실행하고 실천하는 것은 교원들이다. 교원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라도 힘을 실어주자.

그것이 교실 붕괴를 막고, 바닥을 뚫고 지하로 추락한 교권을 일으켜 세우는 길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