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나오는 금발 소녀 이름이다. 금을 의미하는 골드와 머리카락을 뜻하는 락을 합성한 조어. 너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언젠가 미국국립과학원은 에너지를 제외한 생명체 탄생에 필요한 하나의 조건에 관해 결론을 내렸다. 바로 화학반응이 지속될 따뜻한 장소. 이에 따라 적색왜성인 ‘글리제 581’이 골디락스 행성 후보로 선정됐다. 그곳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에 ‘제2의 지구’로 주목을 받는다.

지구는 우주의 행운아. 태양계 8개 행성과 수많은 위성 가운데 이런 조건을 갖춘 천체는 없다. 소위 지구는 골디락스 행성. 금성처럼 태양과 가까워 뜨겁거나 화성처럼 멀어서 춥지 않은 중간쯤 자리를 잡았다.

천문학자 브라운리와 고생물학자 워드가 출간한 ‘지구의 삶과 죽음’은 인류가 행운의 행성에 거주함을 증명한다. 초창기 얼음 형태 물이 전해질 당시 여차하면 넘치거나 모자랄 공산이 많았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마법 같은 일’이라 묘사된 탄소 순환과 온실가스 덕분에 기후가 온화해졌고 생명체가 생겼다.

대략 24억 년 전에 지구 대기는 산소가 급증했다. 이는 지질학 역사상 제일 중요한 사건으로 평한다. 이로써 동물이 대거 출현하고 종간 생존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생명체가 크게 늘었다. 지구 각지로 퍼진 삼엽충이 유명하다.

파충류가 번성한 중생대는 두 차례 멸종 사건이 있었다. 불과 6500만 년 전에 발생한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사라졌다. 신생대는 인류가 등장한 지질학 시대를 말한다. 육상에 살던 포유류인 고래가 해양 동물로 진화했다.

독일 기상학자 베게너는 남미 동해안과 아프리카 서해안이 유사하다는 현상을 발견한다. 게다가 대서양 양쪽 연안에 멸종동물 화석도 비슷했다. ‘대륙이동설’을 주장한 그는 육지가 연결되는 패턴을 재구성해 과거 초대륙 지도를 작성했다. 이를 ‘판게아’라고 불렀다. 이후 판구조론이 나왔다. 이는 다윈의 진화론에 버금가는 혁명적 이론으로 지구의 탄소 순환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다.

구조지질학은 산맥 같은 지형이 형성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 거대한 판으로 구성된 지각이 서로 부딪치면서 오늘날 산맥이 만들어졌다. 인도판과 아시아판이 충돌해 히말라야산맥이 생겼다. 이는 지금도 꾸준히 커진다. 또한 옛적 해저였던 티베트고원은 여전히 바다 화석이 출토된다.

지구엔 경이로운 지질학적 현상이 가득하다. 이따금 일어나는 화산 폭발은 일본에 투하된 원폭의 수백 배에 달하는 위력이라니 어마어마하다. 또한 심해저에도 육지와 똑같은 화산 활동이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작금 여행은 인문과 자연이 어우러진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다. 근래 EBS 세계테마기행은 박문호 박사가 큐레이터로 출연해 아이슬란드 지질을 소개했다. 경이로운 지구란 사실을 새삼 일깨운 탐방.

연전에 허난성 트레킹 여행을 하였다. 중국지질공원인 휘현의 태항 대협곡과 임주의 만선산 협곡을 걸었다. 일정 간격 설치된 지형 소개 표석엔 한국어도 병기됐다. 지질학 공부가 모자란 관계로 감동은 적었다. 근래 우리 지역 의성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지구촌 역사를 듬뿍 느끼는 생생한 현장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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