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권 전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장
김현권 전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장

구미시가 반도체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었다. 경기도 용인, 평택과 함께 비수도권 지역 중에 유일했다. 반도체의 완성품 분야가 아니라 여전히 취약한 소재 부품에 집중해 윈윈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제 구미 국가산업단지는 국가로부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프라 투자, 인허가, R&D 등 반도체 부품소재산업의 생태계 조성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기쁜 소식이고 다 함께 기뻐할 일이다. 구미에 다시 기업이 투자하고 지역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필자는 최근까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의 원장으로 일했다. 반도체 하면 경기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모두 경기도에 있다. 그 경기도가 요즘 고민에 빠졌다. 재생에너지 때문이다. 반도체의 구매자인 글로벌기업들이 모두 RE100(기업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모두 친환경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민간운동) 요구의 강도가 날로 세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 김동연 도지사는 아예 자신을 기후지사라 칭한다. 어딜 가나 재생에너지 얘기다. 임기 내에 9기가(원전 9기 분량) 재생에너지 생산에 도달하겠다고 산업단지 지붕태양광 조성 등 재생에너지 특화단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구미형 일자리로 LG화학과 이차전지 양극재 투자 협약식 장면이 생각이 난다. 당시 장세용 구미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부총리, 산자부장관, 여당 대표, 신학철 LG화학 사장 등이 참여한 자리에서 ‘구미시를 재생에너지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LG에서 투자를 하면 재생에너지를 공급해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지금 경기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반도체, 이차전지 할 것 없이 해외로 수출해야 하는 산업이 목을 메는 것은 재생에너지다. 안타깝게도 구미를 비롯한 경북은 재생에너지에 아직 관심도 이해도 부족하다. 그 사이 LG화학은 다시 새만금으로 눈길을 돌린다. 전북에서 추진하는 새만금 5기가 태양광 생산단지 때문이다. 최근 전북도는 벌어진 입을 닫지 못한다. LG화학, 대주전자, SK 등 국내기업과 미국의 IRA 법안을 우회하려는 중국기업까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직접고용인력 3만8000을 추산하고 새만금 매립을 앞당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투자협약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모두 태양광 전기를 공급 받을 수 있는지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현장에 직접 참여한 사람에게 들은 얘기다.

재생에너지가 산업지도를 바꾸는 시대가 왔다. 반도체 특화단지는 구미가 유일한 비수도권이기에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는 지방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물, 전기, 인력이다. 구미는 물이 풍부하다. 반도체에 필수인 초순수 시설도 갖췄다. 전기만 해결하면 된다. 땅도 많다. 공장 지붕도 많고 축사도 널렸다. 잘 정비된 하천제방도 지천으로 깔렸고, 저수지 수면도 있고, 농수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영농형 태양광을 도입하면 차원이 달라진다.

어찌할텐가? 약속대로 ‘구미를 재생에너지산업의 메카로 만들었다’면 이차전지 소재산업의 생태계는 새만금이 아니라 구미 국가산단에 조성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반도체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구미를 재생에너지산업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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