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대신 수소로 쇳물 생산…포항에만 최소 20조원 투입
부지·재원확보·주민협조 절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자료사진. 경북일보DB
포스코그룹의 탄소중립2050 핵심사업이 수소환원제철소 건설 계획이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간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5월 포항 수소환원제철소 부지확보를 위한 포항국가산업단지 계획(변경)승인 신청을 한 데 이어 지난달 13일 ‘포항국가산업단지(수소환원제철 용지조성사업)계획 변경(안)합동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지역 주민과 어민회 등을 대상으로 추가 설명회를 가졌다.

이어 8월 중 해양수산부 중앙연안관리심의회 심의와 내년 1월 국토부 중앙산업단지계획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빠르면 내년 3월 산업단지 계획 승인고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곧바로 호안 축조 공사 및 단계별 부지조성에 들어가 빠르면 오는 2031년 포항 수소환원제철소 1기(1HyREX)건설공사를 착공, 2033년 세계 최초의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32년 광양 수소환원제철소 건설공사를 착공해 2034년 준공하는 등 오는 2050년까지 포항과 광양에 각 3기씩 모두 6기의 수소환원제철소를 건립, 탄소중립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신 무역장벽으로 등장한 탄소중립, 포스코 생존권을 건 도전.

포스코그룹이 포항에만 최소 2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되는 수소환원제철 건립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실현이 기업 생존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과 미국은 이미 탄소배출 문제를 신 무역장벽으로 활용해 자국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유럽은 이미 올해부터 수입제품에 대한 탄소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CBAM)제도’를 도입해 빠르면 오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역시 수입제품 탄소세금을 부과하는 ‘지속가능 철강협정(GSSA)’을 2024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 아래 현재 EU국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환원제철이란.

철광석은 산화물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해 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기존 고로에서는 철광석과 석탄(탄소)을 함께 넣고 녹일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를 환원제로 사용했다.

이로 인해 환원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 철강산업이 다탄소 발생업종으로 지목받아 왔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은 일산화탄소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 철강생산과정에서 물(H₂O)이 발생하게 돼 탄소중립이 가능해진다.

세계 철강사들은 탄소중립이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자 일찌감치 기존 샤프트 미드렉스 방식에서 환원제로 사용하던 LNG 대신 수소를 투입하는 샤프트수소환원제철공법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포스코는 기존 파이넥스방식을 기반으로 한 포스코 고유의 하이렉스(HyREX)공법 개발에 들어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이렉스공법의 경우 기존 고로방식처럼 철광석으로 분쇄한 뒤 다시 일정 크기의 펠렛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샤프트방식과 달리 분쇄한 철광석을 바로 환원로에 투입할 수 있어 철광석 품질 제한을 받지 않고, 펠렛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탄소발생 우려도 사라지는 등 원가경쟁력에서 크게 앞설 수 있다.



△포스코, 하이렉스 수소환원제철 어디까지 왔나.

수소환원제철공정에서 핵심과제 중 하나는 환원과정에서 어떻게 열원을 확보할 것인가에 있다.

기존 고로의 경우 철광석과 석탄을 혼입해 녹이는 과정에서 환원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별도의 열원이 필요하지 않지만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게 되면 환원열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환원로 속 온도를 지속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환원로 열이 부족해지면 환원불량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 10여 년간 파이넥스환원로를 운영하면서 최대 30%까지 수소환원제를 사용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환원로 열제어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소환원제철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포스코는 파일럿 단계 없이 오는 2025년부터 연산 100만t규모의 데모플랜트 건설에 들어가 2028년 준공과 함께 실증조업에 들어가 2031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1HyREX 기술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넘어야 할 과제, 정부와 주민 협조 절실

수소환원제철기술은 전 세계 철강사들이 전통적 고로방식에서 탈피해야 하는 완전히 새로운 출발 선상에 서도록 만들었다.

철강 후발주자인 한국으로서는 철강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자칫 투자가 늦어지거나 기술개발에서 밀릴 경우 세계 철강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는 생존게임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앞선 기술 개발과 적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무엇보다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을 위한 부지 및 재원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중후장대산업인 철강산업은 장기간 투자와 건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설비를 가동하면서 새로운 설비를 건설해야 하는 문제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결국 수소환원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로부지 외 별도의 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광양제철소는 광양만 동호안매립지 891만㎥(약 270만평)을 확보, 수소환원제철소는 물론 이와 관련된 수소밸류체인 구축이 가능해졌다.

반면 포항제철소는 기존부지 내에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135만㎡(약 41만평)규모의 부지확보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 3파이넥스공장 옆 바다를 매립하기 위한 산업단지계획(변경)승인안을 제출했으며, 현재 1차례 주민설명회를 마쳤다.

하지만 이미 주민설명회를 하기 전부터 바다매립에 대한 반대의견들이 쏟아지고 있고, 지난 1일에는 반대대책위에서 환경영향평가부터 재조사해야 한다’며 강력반발태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제2의 영일만기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무조건적 반대가 아니라 개발과 보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포스코와 지역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포항에만 최소 20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천문학적 재정문제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도 과제다.

현재 세계 주요 국가들은 철강 탄소중립분야에 막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철강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이 미미한 상태다.

EU의 경우 853조원을 철강탄소중립사업에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도 그린수소 생산설비 투자지원과 함께 생산수소에 대한 세제지원에 나섰다.

특히 독일은 자국 철강회사의 수소환원제철설비전환 비용 중 50~58%(2개사 1조4750억원)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으며, 스웨덴 SAAB는 전환비용의 20%(1900억원)를 EU혁신기금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부는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계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8년간 철강분야에 1천20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포스코가 추진 중인 데모플랜트(약 1조원 추정)에 일부 지원할 예정인 것이 국내 철강분야 탄소중립을 비롯한 철강경쟁력 지원정책의 전부다.

하지만 철강 탄소중립이 단순히 기업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는 측면에서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 요구되고 있으며,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을 위한 지방정부와 주민, 기업이 하나로 뜻을 모을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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