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예부터 집안이 번성하려면 세 가지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 첫째가 글 읽는 소리다.

글 읽는 소리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 되는 것이며, 글을 많이 읽어 학문을 닦아야만 입신출세(立身出世)하여 빛나는 이름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둘째는 아기 울음소리다.

집안의 대를 잇고, 후손들의 번영을 위해 많은 자녀를 둘수록 다복한 가정이라고 일컬었다.

셋째는 가족들의 웃음소리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듯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마음 먹은 대로 잘되어 간다고 하였다.

옛날 우리 서당에서는 낭랑하게 목청을 돋우어 가락과 리듬에 맞추어 책을 읽었다.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는 듣는 이의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그렇게 읽다 보면 가락과 리듬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뇌리에 스며들어 뜻을 모르고도 글을 외울 수 있었다.

풀이는 소리 뒤에 따라왔다.

어린아이들의 뇌는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하여 무엇이든 쉽게 바로 입력된다고 한다.

어릴 때 다양한 방면의 책을 읽는다면 후일 언어구사 능력이 탁월해지고, 상식이 풍부해지며, 추론과 문제해결능력이 향상된다.

이때 종합적 사고를 요 하는 책을 많이 읽을수록 아이들의 신경회로가 강화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책 읽기를 지속하면 뇌를 운동시키는 효과가 있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곧 뇌(腦)운동이다.

종이책 대신 영상을, 독서 대신 연예와 스포츠가 시대를 호령하고 나선 지 오래다.

영상시대가 문자시대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는 이론도 득세하고 있다.

책없는 세상이 도래할까.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이룩한 찬란한 문명은 문자라는 매개체를 활용한 결과다.

인생과 세상을 배우는 방법은 많다.

옛말대로 우선 보고(見) 듣는(聞) 것이 지식과 지혜의 원천이다.

견문이 넓을수록 생각이 깊어지고 바르게 행동할 수 있다.

‘쇠귀에 경 읽기’란 말이 있듯이,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려는 마음이 있어야만 견문과 체험을 마음의 양식과 생활의 지혜로 눌러 담을 수 있다.

정치권의 막말과 극한대치·선동적 구호·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의 폭력·촛불시위 등 감성의 시위가 난무하는 세상도 책읽기로 순화될 수 있다.

요즘처럼 방송매체나 SNS를 통한 정보교환이 활발하지 않았을 때, 신문이나 책 같은 인쇄 매체는 정보교환의 주요한 수단일 뿐 아니라 삶의 지혜를 보관하는 보고(寶庫)였다.

현대사회에서도 책을 읽는 행위는 읽는 사람 스스로 책 내용을 받아들이는 속도를 조절하거나 적극적으로 글의 의미를 찾는 등 주도권을 쥘 수 있게 해준다.

올 여름방학에는 우리 학부모들도 설득과 솔선수범으로 옛날 서당의 글읽는 습관을 본받게 하여 귀여운 자녀들이 책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체험하고 새로운 지식과 지혜, 생활 속의 교양과 사물의 이치를 깨닫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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