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79개교 학사일정 조정…남부권 중심 신고 쇄도·인명피해 없어
경북 6353명·경남 2673명 등 전국서 위험지역 주민 1만373명 대피

제6호 태풍 ‘카눈’이 남해안에 상륙한 1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일대에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한반도에 상륙해 남해안을 중심으로 거센 비바람이 쏟아내고 북상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카눈 영향으로 제주공항 항공편 운항은 이틀째 큰 차질이 빚어지고 여객선 운항도 전면 통제됐으며, 육지에서는 고속열차(KTX)와 일반열차가 멈춰 섰다.

개학한 학교의 절반에 가까운 유치원, 초·중·고교 1천579개교는 학사 운영 일정을 조정했다.

전날부터 300㎜ 안팎의 비가 내린 남부지역에서는 침수, 낙석, 고립 등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 밖의 지역에서도 작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상습 침수 또는 산사태가 우려되는 곳에 사는 주민 다수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고 있으며,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제주∼육지 이동 이틀째 차질…개학 학교 절반가량 학사일정 조정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경남 거제 부근으로 상륙했다.

오늘 밤까지 약 15시간에 걸쳐 한반도를 수직으로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카눈은 상륙 직전까지 ‘강’의 강도를 유지했으나 상륙하면서 세력이 약해져 ‘중’의 강도로 내려앉았을 가능성이 크다.

카눈은 북진하면서 경상서부→충북→경기동부를 지나 북한으로 넘어가겠다.

전날부터 오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북창원 320.1㎜, 양산 상북 302.5㎜, 한라산 남벽 283㎜, 거제 254.4㎜, 경주 토함산 241㎜ 등이다.

현재 경상해안을 중심으로 시간당 30~60㎜, 강원영동에는 시간당 10∼30㎜씩 비가 쏟아지고 있으며 제주·남해안·경상동해안에는 최대순간풍속이 30㎧(시속 108㎞) 안팎에 달하는 강풍이 불고 있다.

태풍 영향으로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하늘길과 바닷길에도 이틀째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 213편이 결항 또는 사전 결항했다.

현재 일부 항공편이 뜨고 내리고 있으나, 제주가 태풍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나더라도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해 다른 지역 공항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운항에 차질이 예상된다.

바닷길도 이틀째 막혔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된 상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첫차부터 고속열차 161회, 일반열차 247회의 운행이 중지됐다.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를 복구 중인 3개 노선(충북·정선·영동 일부)의 운행도 중단됐다. 부산도시철도 1∼4호선 지상구간과 부산김해경전철 열차 운행은 이날 첫차부터 중지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속하는 남해안 지역(목포·여수엑스포·광주송정·진주·마산·포항·구포 경유 등) 노선과 태백선·경북선 일반열차, 고속구간 연쇄 지연 예방을 위한 일부 고속열차(일반철도 구간 경유 포함), 동해선(부전∼태화강) 광역전철 열차를 운행하지 않기로 했다.

카눈 북상에 대비해 학사 운영 일정을 조정한 전국의 유치원, 초·중·고교가 총 1천579개교로 집계됐다.

전체 학교(1만9천602개교) 대비 8.1% 수준이지만, 개학한 학교(3천333개교)로만 좁혀 보면 47.4%가 학사 운영 일정을 조정한 셈이다.

원격수업을 하는 학교가 877개교, 개학 연기를 포함해 휴업한 학교는 475개교, 단축수업 142개교, 등교 시간 조정은 85개교로 집계됐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강풍이 몰아친 10일 오전 부산 중구의 한 도로에 가로수가 쓰러져 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 전도, 산사태 등 ‘아찔’ 사고 속출…“위험지역서 즉시 대피” 당부

남부지역에서는 피해 신고가 쇄도하는 가운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남소방본부에는 총 138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이날 오전 6시 19분께 거제시 능포동 한 아파트에는 벽돌이 떨어져 주차돼 있던 차량 다수가 파손됐고, 오전 9시께 창원시 국도 5호선 쌀재터널에서 내서읍 방향 3㎞ 지점에 산사태가 발생해 양방향 차량 통행이 모두 통제됐다.

오전 8시 3분께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광려천 인근에서 70대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약 30분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이번 태풍과 관련해 10일에만 모두 100건이 넘는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중구 한 도로에서는 성인 남성 허리 굵기의 가로수가 부리째 뽑히는 등 해안도로 침수, 가로수와 중앙분리대 파손 등 피해가 속출했다.

경북소방은 도로 침수 및 유실, 가로수 전도, 주택 침수, 간판 탈락 등 80여건에 대해 안전조치를 했다.

이날 오전 6시께 구미시 선산읍 독동리에서는 400년 된 천연기념물 반송(천연기념물 357호) 일부가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안전 조치했다.

울산소방은 이날 0시부터 오전 9시까지 간판 떨어짐과 가로수 넘어짐 등 총 48건을 안전 조치했다.

이날 오전 4시 40분께는 동구 방어진순환로(아산로 방면)에 가로 3m, 세로 4m 크기 바위가 인근 산에서 굴러내려 와 담당 지자체가 안전 조치 중이다.

제주소방에는 전날부터 태풍 관련 신고 26건을 접수했으나 큰 피해는 없었으며, 전남·전북·충남 등 태풍 영향권에 든 지역에서도 작은 피해 신고가 이어져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일시 대피자가 11개 시도 79개 시군구에서 1만373명이다.

경북이 6천353명으로 가장 많고 경남 2천673명, 전남 941명, 부산 328명 등이다.

통제 지역은 도로 389곳, 둔치주차장 252곳, 하천변 499곳, 해안가 166곳이다.

지리산 등 21개 국립공원의 613개 탐방로와 숲길 전 구간도 통제 상태다.

중대본은 이날 안전안내문자에서 되도록 실내에 머물고 하천, 해안가, 계곡, 급경사지에 접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침수·산사태 위험지역에서는 대피 명령 시 즉시 대피하라고 강조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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