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애가 탄 사람의 똥은 쓰다. 남을 가르치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남의 머리에 지식을 넣어주는 일도 어렵지만 바른 인성을 길러주는 일은 더 어렵다. 지적·정서적·신체적 성장을 통하여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잘 가르치려고 하니 애가 탄다. 요즘은 교권을 흔드는 학생도 있고 학부모도 있고, 사회적 분위기도 있어 더 힘들다. 가르치기에도 애가 타는데 자존감마저 흔드니 힘들 수밖에 없다. 교사의 권위가 실종되어 버렸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안에서 1학년 담임을 맡은 초임 여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꽃다운 나이에, 그 어려운 임용고시를 통과하여 선생님이 되었는데, 선생님이 된 가슴설렘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가르치던 1학년 아이들을 두고 죽음을 선택했다. 얼마나 삶이 버거웠으면 교직이 아니라 삶을 포기했을까? 아깝고 안타깝다.

무엇이 꿈에 부푼 초임 선생님을 죽음으로 몰았을까? 그동안 교육 여건이 많이 개선되었다. 담당하는 학생 수도 확 줄었다. 교육 시설도 획기적으로 좋아졌다. 전자 칠판에, 학습 기자재도 충분히 갖추어졌다. 담임을 맡으면 담임 수당도 지급된다. 담당하는 수업 시수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행정실을 강화하여 교원의 업무량도 많이 줄였다. 계속 업무경감을 해 가고 있다.

문제가 어디에 있나? 요즘 거리에 몇 집 건너 카페(커피숍)가 있다. 먼저 주문하고, 돈을 내고 번호표를 받아 기다리면 커피나 차가 나온다. 학교라는 카페에 학부모라는 고객이 자기 자식인 학생을 두고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무슨 라떼, 각종 주스, 더운 것, 찬 것 등으로 다양하게 주문한다. 내 아이는 나무라지 말아라. 숙제를 내지 마라. 왜 숙제를 내지 않나. 왜 싸우게 뒀나. 선생은 뭐 하고 있었나. 상부에 알려 인사조처 하겠다. 다양하게 주문하는 부모들이 많다. 다양한 주문이 아니라 지나친 교권 침해다. 일부 학부모의 지나치게 똑똑한 간섭이 문제가 되고 있다.

SNS도 문제다. 알아보지도 않고 떼거리로 남을 공격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화 공격도 감당하기 힘들다고 한다. 교사가 노동자로 자처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 학부모나 학생이 고객이 아니라, 사용자로 군림한다. 교사인 노동자에게 입맛대로 요구하려 든다. 군사부일체는 케케묵은 옛말이라 하더라도 교사가 지식을 파는 노동자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우리 선생님’이어야 한다. 영어나 수학의 능력을 길러주는 사람이 아니라, 지식을 통해서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교사,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이참에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하여 교권도 바로 서고, 학습권도 보장되는 교육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신나게 가르치고 즐겁게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삶이 버거울 때 목숨을 버리는 풍조도 고쳐야 한다. 저지른 잘못이 부끄럽고 감당하기 어려워도 죽음이 해결책은 아니다. 지도자급 인사라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선생님도 학생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다. 지도자는 함부로 죽을 수 없다. 자신이 맡은 학생들을 위한 희생이라면 몰라도 살아서 책임을 다해야 옳다. 학교가 죽음의 무서운 곳이라서는 안 된다.

훈장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 가르치는 일이 원래 어렵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르치는 사람은 함부로 처신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배울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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