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포항지역학연구회 대표·포스텍 겸임교수
이재원 포항지역학연구회 대표·포스텍 겸임교수

최근 경상 수지가 불황형 흑자다, 여행수지 적자가 작년보다 2배나 증가했다며 크게 우려하는 듯한 뉴스를 접하였다. 한국은행이 지난 8일 발표한 ‘2023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비스수지 적자가 119억3천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여행수지 적자(58억3천만 달러)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불황형 흑자라는 이야기는 경기가 좋지 않아 수출이 줄었는데 수출의 선행 내지는 동행과도 같은 수입(원자재 등)이 더 크게 줄어든 탓에 흑자가 났다는 이야기다. 여행수지가 작년보다 적자가 2배나 증가했다는 부분도 빠뜨리지 않는다. 일본이나 베트남에 한국인 여행객들로 붐빈다며 마치 국민이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 무조건 잘못된 것인 양 들리게 한다. 나라 경제가 발전하려면 반드시 팔고(수출), 사고(수입)하는 것이 발생하며 국제무역에서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득만 계속 볼 수는 없다. 과거 일본이 그랬고, 지금의 중국이 그랬듯이 일방적인 무역흑자가 이어지는 순간 강력한 보호주의에 당하게 된다. 현재 중국인 관광객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언제까지 여기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열심히 일한 국민이 그동안 국내에 갇혀있다가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 것은 일부 반사효과가 작용한 점도 있을 것이다. 일본,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는 것을 신경 쓰기보다는 외국인이 어떻게 하면 한국으로 와서 여행 서비스를 제대로 소비(수출)할 수 있을지 그 여건을 확충하는데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포항도 2019년 8월 환호공원, 영일대해수욕장, 죽도시장 그리고 포항운하를 포함하는 2.41평방킬로미터(약 73만 평)에 이르는 구역이 전국에서는 33번째로, 경북도에서는 네 번째로 관광특구로 지정된 바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관광객들이 붐빌 여건이 되지 않은 탓도 있어서 크게 활성화된 것 같지는 않다.

최근 포항은 이차전지 등의 이슈로 분위기가 좋다. 나라로 치면 경상수지와 관련된 활동에 속하기 때문에 이것은 포스코나 이차전지와 관련한 지역업체들에게 맡겨두고 이들의 기업활동을 잘 지원해주기만 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정작 포항경제가 균형을 제대로 회복하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뉴스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여행수지 부문을 지역에서도 고민해야만 한다. KTX니, SRT니 하는 교통망의 개선이 방문객 증진에도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빨대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나기 쉽다. 포항시의 여행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면 앞서 지역 기업들이 열심히 돈을 벌어 흑자를 보인 경제효과를 삭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포항시민들을 꼼짝 말고 포항에만 있으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여행은 시민의 삶의 질과도 흔히 웰빙과도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포항경제의 여행수지가 흑자를 내도록 하면 된다. 누구라도 포항에 여행이나 관광을 오는 사람들이 친절한 응대, 맛있는 음식, 즐거운 볼거리, 역사와 문화예술을 감상하면서 바다를 가진 포항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여행자들의 소비 인프라를 계속 확충하면 된다. 영일만관광특구는 반드시 가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도록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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