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울릉도와 독도는 늘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향에는 울릉도 출신이 참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축산항은 꽤 규모가 있는 어항이었고, 울릉도에서 고기를 잡아서 내륙으로 오면 강구항, 축산항, 후포항으로 오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울릉도 주민들의 축산항과의 교류가 많이 생겼을 것이다.

해양대 4학년 때 배운 해양법이 나를 매료시켰다. 해양법과 해상법을 학교에서 같이 배웠다. 해상법은 해운계에 진출할 우리에게는 필수적인 과목이었다. 화물을 실어나르는 가운데 필요한 법률관계를 다루기 때문에 선장을 목표로 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과목이었다. 바닷가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해양법이 크게 와 닿았다. 당시 1981년은 유엔해양법 회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선생님께서 잘 가르쳐주셨다. 성적도 최고 잘 받아서 선생님께서 나를 칭찬을 크게 해주셨다. 나는 해양법 학자가 되기 위해 국비유학을 꿈꾸게 되었다. 1982년 2월 시험을 보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예비사관으로 3년간 군대 병역의무가 있기 때문에 시험에 합격해도 배를 타야 하므로 시험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해양법 박사가 되는 길은 나와 멀어졌다. 승선을 한 다음에도 항상 해양법의 주제는 나의 마음속에 있었다. 출항한 우리 배가 공해를 지나는데, 어떤 법적 지위에 있을지, 어떤 항구에 입항하면 우리 배의 법적 지위는 무언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연히 미국 플로리다주의 포트 크나브랄에 입항했는데, “해군사관을 위한 해양법”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너무나 기뻤다. 배에서 2회독을 했다. 해양의 법적 지위에 대한 감이 잡혔다.

세월은 흘러 1994년 고려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1995년부터 수업을 했다. 해양법수업도 들었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신 분이 강의를 했다. 독도의 지위를 많이 다루게 되었다. 독도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섬이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었다. 교과서에도 그렇게 되어있었다. 1998년 한일어업협정을 하면서, 독도의 지위가 크게 다뤄졌다. 중간수역에 들어가버렸다. 유엔해양법에 의하면 사람이 거주해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면 하나의 암초에 지나지 않고 영해는 가질 수 있지만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질 수 없다(제121조 제3항).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영해는 물론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질 수 있다. 울릉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은 독도가 아니라 울릉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2006년부터 독도도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지는 섬이라는 입장이다.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이번 6월에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했다. 경찰인 독도 수비대가 근무하고, 독도 주민도 한 분이 살고 있다고 한다. 독도의 규모에 나는 놀랐다. 상당히 큰 바위섬이고 사람이 살 수 있는 데…유엔해양법과 관련해서 우리가 너무 저자세를 유지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오키노 도리시마에 시멘트를 칠해서 이 섬이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 섬은 물 위에 1미터 정도 올라오는 암초이다. 이에 비하면 독도는 1만 배 이상 크고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다. 이 둘을 비교한다면, 나는 처음부터 UN해양법 협약을 만들 때부터 독도와 같이 사람이 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섬은 100해리라도 배타적 경제수역을 인정하는 합의안이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책 정리를 하던 중 김남일 현 포항시 부시장(전 경상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의 ‘독도, 대양을 꿈꾸다’는 책을 발견했다. 책을 펼치고 읽어나갔다. 저자는 독도수호대책본부장을 지냈다. 일본의 침략적인 야욕에 단호히 대처하자는 입장이다. 애국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애국적이지만 사실에 바탕을 둔 주장이다. 자신이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기술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울릉도 해녀들이 미역 등 체취를 위해서 몇 개월씩 독도에서 살았다는 사실이다. 서도의 동굴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독도에 물골이 있다는 것도 사진과 함께 실었다. 학교에서는 독도에는 물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암초로 해양법상 분류된다고 배웠다. 물골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다. 최종덕, 김성도씨는 독도주민으로 살았다. 1가구만으로는 부족하고 10가구만 독도에서 살도록 해 독도를 완전히 유인도로 하자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유엔해양법상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지는 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유엔해양법을 제정할 당시나 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할 때 저자가 말하는 이러한 사람이 살고 경제활동을 했다는 점이 부각되어 반영이 되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독도에 해양과학기지를 만들고, 해양교육의 중심지로 하자고 주장한다. 모두 찬성한다.

독도에 공헌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실었다. 안용복 선생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노비라고 표현되었는데,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나라 땅임을 일본에 항의하여 항복을 받아왔다. 민간인의 신분이었다. 민간의 힘은 이렇게 크다. 민간인은 자발적으로 자신이 좋아서 어떤 일을 하기 때문에 효과가 높은 경우가 많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한다는 말을 하지만, -적이라는 것은 완전하지 못할 때 부족할 때 쓰는 말이기 때문에, 실효지배라고 말해야 맞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독도를 실효지배가 되도록 국가와 국민이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글을 맺는다.

체험에서 우러나는 글은 항상 힘이 있다. 그리고 설득력이 있다. 독도담당 공무원으로서 일한 체험을 바탕으로 독도에 대해 책을 펴낸 김남일 부시장에게 감사를 표한다.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다. 어떤 내용은 정부의 입장과 다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주장을 소신을 강하게 활자로 찍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소신과 강한 책임감에 찬사를 보낸다. 독도에 대한 정책에 그의 주장이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 책이 나온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간처럼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사실을 전개하는 멋진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특히 독도에 대한 연구자, 정책을 다루는 분들은 필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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