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포항대학교 간호학과 외래교수
이진영 포항대학교 간호학과 외래교수

이진영의 ‘재난 영화들을 통해서 보는 사회복지’ 다섯 번째 이야기는 2004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투모로우”이며, 이 영화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림이 반대로 바뀌어 지구가 빙하기에 접어들게 된다는 설정으로 우리에게 지구온난화의 위험성과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경고했다.

예전에는 기업에게 사회적 약자들이나 혹은 부의 분배를 위해서 사회공헌에 대한 의무를 강조해 왔으나 이제는 사회적 약자나 이익의 분배를 넘어서 더 거시적인 문제인 기후환경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봐야 하겠지만 당장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겐 지구온난화의 무서움보다는 더운 여름날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 한겨울의 난방을 언제든 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하는 말에 우리는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 연탄보일러를 쓰는 독거노인 분들에게 연탄가스로 인한 사망과 연탄 생산업체의 급감으로 연탄 공급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기름보일러로 전부 교체해주었으나 기름을 넣을 비용이 없어서 보일러를 틀지 못한 채 추위를 견뎌야 하는, 그로 인해 전기장판을 사용하다 화재로 사망사고가 생겨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해본다면 그저 환경을 위한다고 해서 저렴한 일회용품을 쓰지 말고 다회용기나 상대적으로 비싼 웰빙제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에어컨을 제공해준다고 해서 그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 빈곤층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고 우리나라도 2000년대 후반부터는 에너지법을 통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게 에너지가 보편적으로 공급되도록 기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바우처, 에너지 요금 감면,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실질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함이 많다.

예를 들면 인정받은 친환경기업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채용할 경우 그 인건비를 국가가 일부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라든지, 사회적 약자들에게 냉난방을 위한 지출의 경우 일정 기간의 근로를 통한 후 변제의 방식, 자활사업의 대상자 중 에너지 빈곤층을 그 영역에 포함해서 일자리 제공을 통하여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 보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전 세계가 기후재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부의 복지정책이 취약계층을 반영하고 노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정책으로 행해지고 있는지, 탄소중립을 내세워 1인이 할 수 있는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실천 방법 등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지만, 그 안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지금 현재 상황을 어느 정도 반영하여 지원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내세우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현실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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