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균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박동균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2021년 7월 자치경찰제도가 출범하면서 자치경찰제도에 대한 시민홍보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아울러 지역주민들이 치안의 주체로 나서서 자치경찰과 함께하는 공동체 치안의 필요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서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는 틈만 나면 주민 곁으로 다가갔다. 읍면동의 주민자치위원회, 통우회(통장들 모임), 자율방범대 등 여러 모임을 직접 찾아가서 자치경찰 설명회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지역에 있는 통반장들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 신림역, 분당 서현역 묻지마 살인 등의 잔혹한 무차별 범죄로 시민들이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 이 문제는 경찰의 순찰 등 어느 한 기관의 범죄예방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소외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과 소통하는 따스한 손길과 두툼한 사회 안전망이 절실하다.

필자가 만난 어느 50대 후반 아주머니 통장은 “통반장들이 지역에 거주하는 은둔형 외톨이, 알코올 중독, 정신병 등 잠재적인 위험군들을 대체로 파악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다른 통장도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역의 통장들은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거의 다 잘 알아요. 누가 가난하고, 위험하고, 누가 아프고,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인지를요. 그러니까 통장들을 잘 활용하면 복지정책이든 안전정책이든 좋을 것 같아요”.

맞는 말이다. 바로 이것이다. 통반장들이 중요하다. 흔히들 통반장이라고 하면 적십자회비 납부 고지서나 민방위 소집 통지서를 전달하는 등 단순히 행정복지센터(옛 동사무소)에 속해서 자치단체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통반장들은 동네 이웃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면서 행정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안전 지킴이다. 취약계층 지원은 물론이고, 독거노인, 고립된 은둔청년 등을 방문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통반장 제도는 1975년 동의 하부조직으로 설치되었고, 공식적으로는 행정시책 홍보 및 주민 여론 보고, 주민 거주 현황과 이동 상황 파악, 각종 시설 확인과 전시 대응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과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은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이웃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지방행정의 사각지대에서 나았다. 통반장은 세대별, 지역별로 지역에 꼭 필요한 복지, 안전, 교육 등 다양한 행정 수요를 관(官)에 전달한다. 우리 지역에는 이웃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다. 특히 1인 가구와 고령층이 증가하는 가운데 통반장의 업무가 복지와 돌봄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통반장은 행정복지센터와 적극적으로 협력·소통하며, 주민들의 민원을 전달하고 해결한다.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득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 대한 불만과 비관이 분노로 나타나 묻지마 범죄라는 폭력적인 양상으로 표출된다. 사회구성원 중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사회적 기회구조를 넓히고, 도와주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와 같은 노력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여럿이서 같이 하면 잘할 수 있다. 관련 기관들이 소통하고 협력해서 튼튼하고 세밀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의 특성과 주민들이 사는 실정을 잘 아는 통반장과 지역주민들, 그리고 현장경찰관이 같이 동네를 순찰하고, 안전문제에 대해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의 비전은 ‘시민중심, 시민안전, 대구 자치경찰’이다. 또한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의 정책목표는 “시민과 소통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대구형 자치경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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