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이는 화학과 물리학 근원적 화두다. 결론은 무수한 미립자. 홀로 존재하는 원자든, 그 화학적 결합인 분자든 상관없이 미세한 입자를 뜻한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데모크리토스는 빵 냄새를 맡곤 이를 원자라 부르며 그 존재를 주장했다. 이는 당대 최고 사상가인 아리스토텔레스의 5원소설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훗날 중세에 그의 믿음이 다시 등장했다. 20세기 초엽 물질은 규모가 다양한 원자로 이뤄진 사실이 밝혀졌다.

원자는 크기가 매우 작다. 100만 개가 모여도 글자 하나 정도다. 원자는 서로 결합해 분자를 이룬다. 가령 물(H2O) 분자는 산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2개로 형성됐다. 대개 원자는 내부가 비었다. 우주 만물이 ‘무’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됐다. 또한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란 입자로 채워졌다. 핵의 주위는 전자가 둘러싼다. 원자는 안정성을 얻고자 서로 전자를 교환한다. 이는 화학의 토대가 된다. 20세기 후반 소수 미립자가 이상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아원자 세계가 나타났다. 텔레파시는 대표적 실례다.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연금술은 주술에 근거한 화학 기술. 비금속을 귀금속으로 바꾸거나 불로불사 만병통치약 제조를 위한 원시 과학을 이른다. 연금술을 행한 주술사는 권력자와 긴밀했고 후손은 화학자가 되었다. 9세기 중국 도가의 연금술사는 최초로 화약을 만들었다. 당시 군주들은 노화를 극복하고자 불로장생 묘약을 구했고 그 과정에서 화약이 발명된 것이다.

17세기 활동한 브란트는 마지막 연금술사로 꼽힌다. 그는 소변을 이용해 ‘현자의 돌’을 찾으려고 시도했다. 그 돌이 황금과 불멸의 인간을 만든다고 여겼다. 소변을 모아서 끓이고 정제해 ‘인’을 추출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 물질로 금보다도 가치가 높았다.

화학 혁명은 원소가 발견되며 시작됐다. 의약품과 플라스틱 같은 합성 물질이 개발된 것이다. 현재 23개 인공 원소와 94개 자연 원소가 나왔다. 원소는 원자로 구성된다. 원자가 등장하면서 핵에너지를 비롯한 새로운 분야가 개척됐다.

화학자는 물질을 원소로 나누고 그 원소를 조합해 인공 제품을 만들었다. 염료는 산업적 규모로 생산된 최초의 화학 물질. 특히 자주색 염료는 값이 비쌌다. 성서상 부유층 상징이자 로마제국 황제들 색상. 카이사르는 오직 원로원 의원만 자주색 테두리 토가를 입도록 정했다.

고대에 자주색 염료로 지중해 교역을 장악한 민족이 레반트 지역 페니키아인. 해안가 뿔고둥을 채취해 자줏빛 염료를 만들어 수출했다. 이는 황금에 버금갈 정도로 귀했고 수요가 넘쳤다.

19세기 영국 화학자 퍼킨이 담자색 합성화학 염료인 ‘모브’를 발명했다. 한편 독일의 바스프에 근무하던 화학자 카로도 산업용 염료를 개발했고 양자는 세계 시장을 분점했다. 이후 비료와 비누가 나오며 화학자가 창조하는 인조물 시대가 열렸다.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파인먼은 말했다. 이젠 실험실에서 만들지 못할 합성 물질은 없다고. 결코, 오만한 언급은 아니다. 근래 포스텍 손창윤 교수가 ‘탁월한 젊은 화학자상’을 수상했다. 40세 미만 전도유망한 연구자가 수여 대상이기에 ‘노벨상 꿈나무 화학자’라 칭하면 결례일까. 청출어람 성취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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