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중기 892곳 대응 실태·사례조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필요 응답률.
근로자 수가 50인 미만인 중소기업 가운데 80% 이상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유예기간의 연장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경영규모가 적은 기업에서 채용할 전문인력이 부족한 데다 예산 또한 마련하기 어려워 법 시행에 맞춰 환경을 조성하기가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근로자 수가 5∼49인인 중소기업 892곳을 대상으로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실태 및 사례조사’가 이뤄졌다.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기에 앞서 준비상황과 제도개선방안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뤄진 조사다.

이 조사에 응한 기업 가운데 80.0%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아무 준비도 못했다’고 답한 기업은 29.7%, ‘상당 부분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50.3%로 각각 집계됐다.

반대로 법 시행에 맞춰 ‘상당 부분 준비가 됐다’고 답한 기업은 18.8%로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답한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경영 여건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로는 ‘전문인력 부족’(35.4%)과 ‘예산 부족’(27.4%), ‘의무 이해가 어렵다’(22.8%)는 응답이 이어졌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85.9%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유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이 연장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응답률은 57.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고용인원 감축과 설비 자동화를 고려하겠다’는 기업과 ‘사업 축소 및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기업의 비중도 각각 18.7%, 16.5%에 달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이 연장될 경우에 대해서는 △근로자 교육 실시 등 안전문화 강화(38.0%) △보호복 등 개인보호장비 확충(14.6%) △노후시설 보완과 자동화 등 설비투자(18.9%) △전문기관으로부터 안전컨설팅 진행(13.7%) 등 법 관련 조치들을 이행해나가겠다는 응답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는 ‘노후설비 개선 등 안전투자 재정 및 세제 지원’(45.0%)이 꼽혔다. 이어 ‘명확한 중대재해처벌법 설명자료와 준수지침’(18.9%),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확대’(17.3%), ‘안전 전문인력 채용 및 활용 지원’(10.3%)에 대한 요구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조사에서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문화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현장에서도 공감하고 노력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현장 애로사례를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들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어렵고, 사업주가 전문가 없이 다양한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철저한 준비와 지원 없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 사업주가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으면 사업주 역할이 절대적인 소규모 사업장은 폐업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규모 사업장의 생존과 그곳에 몸담은 근로자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인 만큼,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기간을 최소 2년 이상 연장하는 민생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가 국회에서 적극 협의해달라”고 전했다.

한편, 중기중앙회를 포함해 전문건설협회와 안전보건공단은 29일부터 오는 10월 10일까지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총 30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개최한다. 다음 달 5일과 7일 경북 구미코(GUMICO) 컨벤션센터 3층 중회의실과 대구 경북안전체험교육장 2층 강의실에서 설명회가 각각 열린다. 이어 같은 달 11일과 12일 포항호동근로자종합복지관 2층 대강당과 (재)대구기계부품연구원에서 경북 동부권과 대구 서부권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진행된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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