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일 前 포항대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배연일 前 포항대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운전할 때 미등(안개등)이나 전조등을 켜야 할 경우가 있다. 예컨대 터널 안을 통과할 때나 비나 안개로 전방의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때, 그리고 날이 밝기 전이나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 등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운전자 가운데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전조등을 켜지 않고 운전하는 이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가 추측하건대 운전자가 미등이나 전조등을 켜지 않고 운전하는 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한다.

첫째, 분명히 미등이나 전조등을 켜야 할 상황이지만 켜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몰라서 켜지 않는다.

둘째, 미등이나 전조등을 켜야 하는 건 알지만 귀찮거나 좀 무신경한 탓에 켜지 않는다.

셋째, 운전자 가운데는 전조등의 작동 기능을 잘 모르는 사람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요즘 나오는 차들은 전조등을 자동(auto)에 설정만 해놓으면 터널 등 어두운 곳에서는 미등이 자동으로 켜지고 터널을 빠져나오면 저절로 꺼진다. 물론 어떤 차량은 꼭 수동으로 미등이나 전조등을 켜고 꺼야 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정확히 알아야 할 게 있다. 그건 미등이나 전조등을 켠다고 해서 많은 양의 연료가 소모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즉 미등을 구동하기 위해 차량 발전기가 돌아가니 소량의 연료는 소모될 수 있지만, 그러나 그건 아주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운전자들은 분명히 미등이나 전조등을 켜야 할 상황인데도 켜지 않고 운전하는 모습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승용차도 그렇지만 트럭이 더 많은 편이다. 터널 안은 말할 것도 없고, 날이 어두워졌는데도 전조등은커녕 미등마저 켜지 않고 운전한다.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인지, 습관이 되어서인지, 그도 아니면 안전 불감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는 폭우가 내려 불과 몇십, 또는 몇 미터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도 미등이나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 운행하기도 한다. 터널 안에서 미등조차 켜지 않은 대형 트럭이 과속으로 내 차량 뒤를 바짝 따라와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듯 전조등이나 미등을 켜지 않은 상태로 주행하여 사고를 유발하는 차량을 일명 ‘스텔스 차량’이라고 하는데, 이런 차량이 의외로 많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운전 습관은 운전자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타 운전자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행위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공포심 유발에 그치지 않고, 교통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절대 간과해서 안 될 것이다.

특히 터널에서는 모든 차량이 낮과 밤에 상관없이 미등이나 전조등을 켜야 한다. 우리가 알거니와 터널은 일반 도로보다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가. 설령 터널에 조명등이 설치되어 있다 해도 미점등 상태로 주행하게 되면 전후방 차량이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도로교통법 위반(도로교통법 제37조)으로 범칙금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터널 안에서 점등하지 않았다 해서 범칙금이 부과되는지조차 모르는 운전자가 대부분이고, 터널 안 미점등으로 단속하는 장면 또한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1970년대부터 전조등 점등을 의무화한 결과 차량 간의 다중(多重) 충돌 사고가 15∼30%나 감소했고, 1990년부터 도입한 캐나다 역시 사고가 20%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관계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점등에 관한 대국민 홍보와 함께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주었으면 한다. 대국민 홍보 방법에는 터널 입구에 꼭 전조등을 켜라는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과 공익광고 등 언론매체를 통해 홍보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운전자 스스로가 터널 안은 물론, 심한 안개나 강한 비(폭우나 호우)가 내리는 날, 또 일출과 일몰 직전부터는 꼭 미등이나 전조등을 켜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비상등(안전을 위한 중요한 자동차 장치 중의 하나)까지 켜서, 주변 차량의 운전자에게 주의를 환기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모든 운전자가 이렇게 한다면 교통사고 예방에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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