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우리는 지난 8월 초순 한반도를 관통하는 제6호 태풍 ‘카눈’과 또 하나의 초특급 태풍 ‘새만금 스카우트잼버리’로 홍역을 치렀다.

세계 청소년 문화올림픽으로 불리는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53개국 4만300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해 ‘네 꿈을 그려라(Draw your Dream)’란 주제로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새만금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실한 준비와 열악한 시설에 폭염까지 더해지고, 이어서 들이닥친 태풍 ‘카눈’의 피해를 입지않기 위해 8월 8일 조기 철수를 강행하여 각 시·도로 분산하였고, 11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폐영식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 잼버리대회는 민족·문화 그리고 정치적 이념을 초월하여 국제 이해와 우애를 다지는 세계 야영대회다.

잼버리(Jamboree)의 어원은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란 뜻이다.

1920년 ‘제1회 국제 잼버리’가 시작되어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잼버리는 14~17세(한국의 경우 중·고교생 연령층)의 스카우트 대원을 중심으로 국가대표단을 구성하여 참가하게 된다.

이들은 야영생활을 통해 우의를 드높이고 형제애를 북돋운다.

피부색·종교·언어를 초월하여 개척정신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고, 심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꾀함으로써 자아실현을 도모하여 국가발전과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잼버리 정신을 경험한다.

전 세계에서 5700만 명 이상 활동하고 있는 스카우트는 우리나라에도 최대 규모 청소년단체로 현재 20만 명 이상 활동하고 있다.

‘Scout’는 ‘정찰하다’라는 뜻인데 영국 육군장교 베이든 파월이 군인들이 정찰하는 것처럼 학생들과 함께 밤에 야영활동을 했던 것이 기원이 되었다.

추적과 정찰·지도 작성·응급처치·캠핑 등 야외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할 모든 기술을 훈련했고, 청소년들이 훌륭한 시민의식과 이타적인 기사도 정신을 익히게 하는 것이 목표였고, ‘소년대(Boy)’에서 출발하여 ‘소녀대(Girl)’로, 이제는 둘이 합쳐져 ‘스카우트’로 불려지고 있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배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야영장 부지와 기반시설 미흡·폭염과 태풍이 몰고 온 폭우·엄청난 예산을 퍼붓고도 준비부족과 운영미숙으로 파행을 거듭한 총체적 난국이었다.

스카우트는 ‘모든 것에 대비하라!(Be Prepared)’라는 구호에서 보듯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도전 정신이다.

애초에 편안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야영과 모험 등을 하는 취지가 고난을 극복해 스카우트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다.

어쨌든 2023 새만금 잼버리는 긍정적 도전인 잼버리 정신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으나 우리문화를 체험하는 ‘코리아 문화 잼버리’로 끝났다.

따라서 세심한 배려는 전 세계적 팬덤을 만들 수 있지만 순간의 방심은 엄청난 비난의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파행의 책임규명도 중요하지만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하게 분석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