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안동지사

자신들이 운영하는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유치하기 위해, 병원운영자가 간호사에게 치료 중인 환자의 인공호흡기 산소투입량을 줄이도록 지시하는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미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지난 2018년 화재로 15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러한 불법 의료기관들이 도처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병원은 비의료인이 의사나 법인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의 전형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사무장병원 대다수는 수익 증대에만 몰두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뒷전이다. 건강보험 재정에 끼치는 악영향도 심각하다. 그 피해액은 환수가 시작된 2009년부터 총 3조4275억 원(1710기관)에 이른다. 하지만 환수율은 6월 기준 6.6%에 불과하다. 의료계 입장에서도 사무장병원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경쟁을 유발하는 의료시장 질서 파괴의 주범이다.

이런 사무장 병원을 근절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국민이 몸이 아플 때 합법적 의료기관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곳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다. 하지만 공단은 불법의료기관을 제대로 관리할 권한이 없다. 수사권이 없어 계좌추적 등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고, 참고인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개설 의심기관을 수사기관에 고발해도, 전문 인력 부족과 강력사건 등에 밀려 수사가 장기화 된다. 그사이 폐업하거나 재산을 빼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회에서도 이런 사무장병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비공무원에 의한 과잉 수사를 우려하는 의료계의 조직적인 반대에 막혀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에 있다

공단은 다양한 의료·수사·법률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특수공법인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 의심기관 감지시스템(BMS)’을 구축하여 수사에 필요한 정보파악과 활용에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수사권 오남용과 관련해서도 수사권의 범위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으로 법제화 되어 있어,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기우에 불과하다.

공단에 특사경이 부여되면 신속한 수사와 종결이 가능하다. 연간 약 2000억 원 규모의 재정누수 차단과 채권 조기 확보로 재산은닉 등도 방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은 급여범위 확대 재원으로 이어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소중한 보험료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는 국민의 입장에서 절실하여 더 이상 늦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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