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탄생에 부족함 없는 용의 기운

박찬호 선수 생가 전경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코리안 특급’ 박찬호. 1997년 외환 위기로 힘들었던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심어 주었던 선수다. 그의 생가가 충남 공주시 산성찬호길 19에 있다. 몇 년 전, 공주시는 그의 생가를 기념관으로 조성했다. 주변 골목길도 박찬호 골목길로 정비함으로써 지역의 관광 명소로의 탈바꿈을 꾀했다.

이에 이번 회는 풍수의 시선에서 생가가 박찬호 선수의 인생행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박찬호 생가는 공산성 아래 언덕에 있다. 오래전 마을이 들어서기 전에는 제법 큰 산줄기가 산 아래로 내려오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래서 공산성에서 생가로 이어지는 산줄기(來龍)는 일반인들도 산으로 느낄 수 있는 산롱룡(山瓏龍)이다.

산롱룡의 내룡이 풍수상 합격이다. 박찬호라는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야구로 비유하면, 내룡의 역량이 만루 홈런까지는 아니더라도 결승 2루타 정도는 충분히 됨직하다. 위아래(기복) 및 좌우(굴곡) 변화를 거듭하며 산 아래로 내려온다.

박찬호 선수 생가의 풍수 지도

그 모습을 현무봉(산성갈목길 14-3) 뒤편 골목길에서 볼 수 있다. 골목길의 높낮이를 자세히 보면, 두 차례 정도 살짝 솟구치고 가라앉는 것이 반복된다. 주택지로 개발되기 전의 산 능선(내룡)이 미세한 봉우리를 솟구치며, 스스로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모습이다.

현무봉을 일으킨 내룡은 좌우로 청룡·백호 능선을 뻗어 내린다. 그 가운데로 뻗어 내린 내룡은 생가 뒤편에서 다시 작은 봉우리(입수)를 만든다. 그리고 좌우로 미세한 산줄기(좌우 선익)을 펼친다. 청룡·백호가 생가 주위 일대를 보호하는 역할이라면, 입수와 좌우 선익은 오롯이 생가 자체만을 보호한다.

입수 봉우리의 땅 기운이 생가 본채로 이어지는데, 정확히는 박찬호 선수의 방(건물 가운데)으로 연결된다. 박찬호 선수는 어린 시절 마을 골목길을 허투루 걸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도 지친 몸을 이끌고 골목길을 오리걸음으로 체력을 다지며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러나 풍수의 시선에서는 땅 기운이 알게 모르게 박찬호의 인생행로에 순풍으로 작용했다. 똑같은 노력을 한 사람이라도 오랜 시간 좋은 기운을 받아 몸과 마음이 탄탄해지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법이다.

한편 입수에서 좌우로 펼친 선익 중 청룡 선익이 길다. 이 경우 풍수적 대문의 위치는 청룡 선익보다 안쪽(그림의 A지점)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 방향으로 대문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출입구는 골목길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지점(B)이다. 출입 동선은 편리하나 청룡 선익의 훼손이 염려스럽다. 풍수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제 생가의 혈 맺음을 돕는 좌우 청룡·백호를 살펴보자. 청룡 능선은 기념관 화장실 동쪽을 지나 작은 민가(C지점, 산성찬호길 21)까지 이어진다. 청룡은 북동쪽에서 시작하는 제법 긴 골짜기의 물과 바람으로부터 생가를 보호하고 있다.

사람은 제아무리 잘났다 하더라도 일정 부분 주위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큰 성공을 이룰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잘 나갈 때일수록 겸손하고 주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땅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역량이 큰 땅 기운이 이어져 왔다 하더라도 주위의 산줄기들이 에워싸고 보호하지 않으면 결실(혈)을 맺지 못하게 된다. 외부의 물과 바람의 공격을 받아 땅 기운이 흩어져 버리기 십상(氣乘風則散)이다.

풍수의 시선에서, 청룡 말단부의 허름한 민가는 생가의 혈 맺음을 위한 조력자다. 생가를 향해 치고 들어오는 물과 바람을 오롯이 제 등으로 막아 내왔다. 벽과 담장에는 그 생채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골짜기의 물과 바람은 청룡 말단부를 기점으로 완만하게 감아 돌기 시작한다. 풍수해(風水害)의 물에서 풍수득(風水得)으로서의 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때 생가 앞의 빌라와 주차장 영역은 본래부터 다소의 저지(低地)로서 풍수의 명당에 해당한다. 이 명당에 골짜기의 물과 청룡·백호 안의 물이 모이는 것이다.

바로 이 명당이 박찬호 선수의 부(富)의 근원적 원천이 된다. 풍수에서 물은 재물이다. 생가 영역의 명당에서 이렇게 물이 모이니 재물 또한 불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재물의 속성은 빠져나가는 것도 한순간이다. 성공을 좀 맛봤다고 해서 주색잡기에 빠진다거나 순간의 판단 착오로 투자에 실패하면, 재물은 순식간에 바닥나기 십상이다.

그러나 다행히 박찬호의 행보가 그렇지는 않을 듯하다. 현무봉에서 남서쪽으로 길게 뻗어 내린 백호가 명당의 물을 거두어(逆水) 주고 있다. 그리고 외청룡과 백호 능선 사이의 수구(水口)가 비교적 좁아 물 빠짐을 잘 단속하고 있다.

공산성에서 서쪽으로 뻗어 내려 덕성공원 빌리지 아파트(남문길 13) 뒤편으로 이어지는 능선(풍수의 외백호) 또한 재물 단속에 힘을 보탠다. 공주 시내를 양분해 북으로 흘러가는 하천 물을 거두어 주고 있다.
 

생가 정면으로 단정한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귀인 탄생을 예견하고 있다.

생가 정면으로는 단정한 봉우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박찬호 선수 야구 헬멧을 연상시킨다. 풍수에서는 이런 봉우리를 귀인봉(貴人峰)이라 해서, 귀인 배출을 기약한다고 본다.

풍수의 시선에서 박찬호 생가는 단지 생가 기념관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박찬호라는 인물과 그 인물의 탄생에 영향을 미친 터와의 관련성을 스토리텔링화할 수도 있다. 또 풍수적 중심(혈)인 박찬호 선수의 방에서 땅 기운을 경험해 보는 체험 프로그램의 개발도 모색할 수 있다.

박성대 대구가톨릭대 지리학과 대학원 겸임교수·풍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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