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좀 긁어줘
아니, 거기 말고 좀 더 오른쪽으로
아니, 거기 말고 좀 더 아래로

긁으면 더욱 긁을 곳이 많아지는
근지러운 등짝

새우 두 마리 앉아서
그래, 거기
아니, 그 옆에

살면 살수록 긁을 곳이 많아지는 등짝
그래, 그만 됐다

[감상] 이동욱 시인은 경북일보 논설주간이자 동해남부시(詩) 동인이다. 지난해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생태, 인물, 미담 등을 아우르는 ‘경북일보 칼럼집 삼촌설-시대(時代)공감’을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동욱 시인은 우리 사회에 “측은지심(惻隱之心)의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릴라나 침팬지 같은 영장류들이 서로의 털을 골라 주는 행동을 ‘그루밍’이라고 한다. 서로 털을 골라 주는 과정에서 친밀감이 생긴다. 등 긁어주기, 가려운 곳 긁어주기도 일종의 그루밍이다. 그루밍은 혼자 할 수 없다. “새우 두 마리 앉아서/ 그래, 거기/ 아니, 그 옆에//” 우리 부모님도 새우 두 마리처럼 서로 등 긁어주고 파스 붙여주고 약 발라주는 그루밍을 50년간 지속 중이다. 참 아름다운 그루밍이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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