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최근 초등학생 수학여행, 체험학습 등 현장학습도 노란버스로 운행되어야 한다는 방침이 발표되면서 버스 부족 사태로 교육현장에서는 대혼란이 벌어졌다.

경찰청의 단속 유예 발표로 논란이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임시변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편의상 노란버스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어린이 통학버스’로, 도로교통법은 13세 미만 어린이를 교육 대상으로 하는 시설에서 이들의 통학 등에 이용되는 자동차를 말한다.

어린이운송용승합자동차 안전기준인 어린이 체형에 맞는 좌석과 안전띠 설치·발판 부착·선팅 농도·비상시 개방 가능한 창문과 경광등·하차 확인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한다.

최고속도 제한이 있고 주변 차량의 서행과 정지 의무 등 도로에서의 몇 가지 특권도 있다.

고속도로도 주행하는 차량을 노란버스로 바꾸는 것은 지극히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통학버스를 운행하려면 적합한 설비를 갖추고, 용도 신고를 마친 자동차이어야 하기에 한번 어린이 통학버스가 된 차량은 일반버스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버스업계나 학교측 모두 난색을 표하게 되는 것이고, 코로나로 인해 못 갔던 현장학습을 손꼽아 기다려온 어린이들의 가슴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2022년 10월 법제처가 ‘비상시적인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의 이동도 통학 등에 포함된다’라고 해석한 데서 논란의 발단이 되었다.

노란버스는 원래 장거리 통학에 이용되는 일부 사립학교나 특수학교의 스쿨버스·유치원과 학원 차량에 의무화됐는데, 1년에 한두 번 실시하는 현장학습에도 노란버스를 이용하도록 바뀌니 일대 혼란을 가져온 것이다.

전국 초등학교 학생 이동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노란버스가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법제처 해석을 근거로 어린이통학버스 미신고 운행을 단속하겠다는 뜻에 따라 교육현장은 비상이 걸린 것이다.

교육부는 뒤늦게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노란버스법 집행을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하는 선에서 논란을 일단 잠재운 상태이지만 이번 사태는 교육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소리가 교육공동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노란버스는 차체를 노랗게 도색하기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다. 노란버스를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기준에 맞춰 개조하는 대신 ‘어린이가 타고 있다’는 표지판만 달아 일반관광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임시방편이 아닌 확실한 대책이 요구된다.

어떤 규범적 가치와 현실적 한계가 충돌할 경우 이를 법적 해석으로 해결하는 것은 어렵거니와 적합하지도 않다.

법률이란 여러 측면을 종합하여 사회구성원들이 정하는 사회의 약속이므로, 지금의 상황에서는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사태를 덮어가는 것이 아닌 법개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합당한 방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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