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 K-water 낙동강사업계획처장
이명주 K-water 낙동강사업계획처장

지난여름은 북태평양 지역에서 제1호 태풍 ‘상우’를 시작으로 8개의 태풍이 발생했다. 특히 제6호 태풍 ‘카눈’은 예측할 수 없는 엽기적인 경로와 정체로 경북 북부에 큰 상처를 주었다. 올해 태풍의 양상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패턴을 보이고 있고, 집중호우는 1년에 내릴 비가 단 이삼일에 집중되어 도시와 논밭을 물 바다로 만들어 버렸으며, 가뭄 또한 몇 년에서 길게는 십 년 이상 이어지는 메가가뭄 양상을 보이며 인간의 기본적인 생명 유지 수단인 먹는 물도 부족할 정도로 우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강수특성은 여름철에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과 태풍 등의 영향으로 연 강수량 1300㎜의 대부분이 내리고, 겨울철에는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매우 적은 편이다. 그래서 여름철에 내린 비를 충분히 가두었다가 1년을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어렸을 때 배워 알고 있던 과거 자연법칙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2012년에는 역대급 태풍 볼라벤, 덴빈, 삼바가 연달아 내습해 사망 13명, 1조 원의 재산피해를 입혔고, 올해 6∼8월에 발생한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피해복구 비용만 약 2조 원의 투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반대로 2014∼2017년에는 여름철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극심한 가뭄을 겪은 바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프랑스에서는 150년 만의 최대 강수로 파리 센강의 제방이 붕괴되고,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마을이 물에 잠겨 고립되는 등의 피해가 일어났다. 반면, 100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동남아 대표 쌀 생산 국가인 태국은 생산량이 전년보다 19%나 줄었고 호주의 밀은 30%가 줄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지금은 기후위기의 시대입니다.” 비가 필요한 양만큼만 적절히 내려주면 정말 고맙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제는 기후변화에 맞서 적극적인 노력과 과학적인 대비를 통해 홍수와 가뭄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비는 과거에 비해 홍수기에 더 집중되어 물을 다스리는 것(治水)이 지금의 물그릇으로는 어렵고, 과거에 비해 갈수기에 극심하게 적게 내리기 때문에 여름철에 물을 가두어 놓지 못하면 물이용(利水)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 물그릇 확보가 필수적이다. 정부에서는 꼭 필요한 지역을 대상으로 댐 적지를 조사해 홍수예방과 용수공급을 위한 중소규모 댐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앞으로 더 심해질 기후위기에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기후변화의 시대에 전 국민이 공감하고 함께할 때다.

이렇게 물은 만물의 생명으로 고마운 존재이지만, 때론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히는 두려운 존재로 변하기도 해 우리는 물을 달콤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이러한 물의 양면성을 잘 이해하고 소중함과 경외심을 가지고 대한다면 다루지 못할 존재가 아니라 충분히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물전문기관인 K-water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댐 건설로 물그릇을 키우고, 지하수활용, 하수재이용, 해수담수화, 지하저류댐 등 다양한 수원개발로 취수원 다변화 정책을 실현하며, 체계적이고 빈틈없는 물관리로 물재해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누구나 깨끗하고 넉넉한 물을 이용할 수 있는 물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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