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천 파리1대학 국제관계사 박사
정상천 파리1대학 국제관계사 박사

오늘날 우리들은 정보의 홍수(TMI: Too Much Information) 시대에 살고 있다. 종이신문과 잡지, TV뉴스와 같은 정통미디어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SNS,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인간의 본성인 ‘알고 싶은 욕망’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이다. 문제는 차고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사실과 다른 내용들, 즉 가짜뉴스(fake news)가 많다는 사실이다. 경제적 목적을 위해, 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실을 호도하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마치 진짜인 양 과대포장, 왜곡, 편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인터넷 사이트에 ‘가짜 뉴스 만드는 방법’, ‘가짜 뉴스 만드는 앱’까지도 범람하고 있어 혼탁한 미디어 환경을 더욱 무질서하게 만들고 있다.

가짜뉴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백제 출신의 미천한 신분이었던 서동(薯童)은 서라벌에 가서 신라 26대 진평왕의 셋째 딸을 아내로 취하기 위해 ‘서동요’라는 노래를 지어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 선화공주가 남몰래 서동과 사귀고 있다는 거짓 소문을 동요로 만들어 퍼트려서 결국 궁궐에서 쫓겨나게 만들었다. 신하들의 극간으로 팩트 체크도 하지 않은 체 공주를 궁궐 밖으로 내보낸 진평왕도 문제이지만, 거짓 사실을 만들어 자신의 사적인 목적을 취한 서동은 더욱 ‘거시기’한 사람이다. 나중에 서동이 백제 30대 무왕이 되고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선화공주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비극적인 일이 될 수도 있었다.

현실에서 가짜뉴스의 피해는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오래 남을 폐해를 남기게 된다. 주로 정치적 환경에서 사용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우리나라의 정치적 사건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2002년 5월 제16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 ‘병풍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이 군 면제를 받은 것에 대해 김대업이 의혹이 제기하였고, 이로 인해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서 낙선하였다. 이후에 결론적으로 병역면제는 정당한 것으로 판명되었으나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야당이 선동한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슬로건의 광우병 파동과 사드 배치를 하면 사드 전자파로 참외 농사를 망친다는 괴담,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대선 승리 등을 목적으로 국가정보원을 이용하여 여론을 조작한 국정원 댓글 사건, 더불어민주당의 드루킹 여론 조작사건 등은 진보와 보수 모두 정치적인 목적으로 여론조작과 가짜뉴스를 활용한 사례이다. 언론의 사명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이다. 조선시대에 정6품 관직인 정언(正言)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임금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오늘날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을지언정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공무원이나 언론인이 얼마나 될까?

나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있는 이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특정 유튜브 채널만을 시청하여 점점 확증 편향적으로 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민주시민이 가져야 할 자세이다. 가짜뉴스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서 국민들이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철저하게 정치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독립된 비영리 팩트체크 기관 설립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기만하고자 하는 의도가 존재하는 가짜뉴스 전파행위는 범죄행위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 이용자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확인되어야만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인터넷 실명제도가 하루속히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 시민이라면 뉴스에 대한 권리도 있지만,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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