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문 국립종자원 경북지원장

정신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우리는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선인들의 가르침 속에서 허망한 욕망의 무한궤도를 벗어나려는 결연한 의지를 엿본다. 우리 선조들은 영원성과 황금의 상징적 의미를 생명의 가치에 투영했다.

그렇기에, 종자생명을 움 틔우고 키우고, 먹이고 살찌우는, 그래서 끊임없이 순환되는 생명의 무한성을 추구하는 농업을 천하의 근본으로 삼았다. 해마다 추수기 들녘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기 위한 고된 노동을 기꺼이 감내해왔다.

첨단 기술 발전에 힘입어 농업분야도 과학적 농법, 스마트 팜으로 자연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중이지만, 농사는 여전히 하늘의 일이기도 하다.

올해는 긴 장마와 태풍, 폭염, 병충해 등 여러 가지 장애요인으로 농사가 여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였다. 그래서 더욱 올여름은 우량 종자의 생산과 공급을 지상과제로 삼는 우리 국립종자원 공직자들은 야속하고 얄미웠다.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이 몰아칠 때는 새벽이고 밤이고 경북지역 관내 채종단지 농업인들과 수시로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배수로 정비, 병충해 방제 등 각고의 노력으로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했다.

수확기에 접어든 지금, 경북지원 관내 어디를 가더라도 황금빛으로 익어 가는 장엄한 나락의 향연을 목도할 수 있다. 태양빛을 닮은 저 들판을 거닐며 풍년을 기원하다 보면 과거 우리 선인들이 흘렸던 숭고한 땀방울의 가치와 생명 경외의 순수한 마음이 오늘에 고스란히 전해온다.

대한민국 정신문화유산의 수도인 안동에는, 농업의 근본이자 생명의 씨앗, 종자를 생산·공급하는 국립종자원 경북지원이 있다.

국립종자원은 국내 주요 식량작물의 수급 안정과 자급률 제고, 품종보호제도 운영, 종자품질 연구개발 등 식량안보와 직결된 업무를 수행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소속기관이다. 경북 김천에 4과 2센터로 구성된 본원이 있으며, 보급종 생산과 공급, 식물신품종보호를 주요 임무로 하는 전국 10개 지원과 1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안동시 풍산읍에 위치한 경북지원은 벼·콩·맥류 등 주요 식량종자를 생산·보급하는 기관인 만큼, 수확기를 앞둔 이즈음은 매우 분주하다. 수확철에 대비하여 현장의 작황을 점검하고, 보급종 채종단지를 중심으로 방제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품질 관리를 위해 수확기·건조기·콤바인 등 장비를 점검하는 한편, 본격 수확철인 10월에는 건조상태 점검 등을 통해 고품질 우량 종자를 생산해서 보급종을 희망하는 농가에 차질없이 공급할 계획이다.

한해의 결실을 거두는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생명력 넘치는 황금빛 들녘을 희망의 등대 삼아 고품질 우량종자를 생산하고 보급함으로써 농가의 소득안정에 기여할 수 있기를, 한 알의 씨앗으로부터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고리처럼 왕성한 생명력에 힘입어 농촌에 희망의 풍악이 울려 퍼질 수 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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