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 전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장
한희원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관장·전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장

경상북도 경주시 남산동 약 2만5천평 대지 위에 통일전(統一殿)이 웅장하게 서 있다. 삼국통일을 달성한 태종무열왕과 문무대왕 그리고 왕으로 추서된 흥무대왕 김유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기념비도 조성되어 있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통일에의 염원으로 1977년 건립되었다. 이곳에서 매년 10월 통일을 기원하는 서원제가 개최된다. 그동안 관리주체가 경상북도와 경주시로 왔다 갔다 했다. 올해부터 경상북도로 이관되어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이 담당한다. 금년은 제45회이다.

애국가 2절이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그렇다면 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은 어디일까? 경주시 남산동에 자리 잡고 있는 통일전은 남산에 오르는 길목에 있다. 서울 남산은 소나무가 많지 않다. 그래서 소나무가 철갑을 두른 듯 군락을 이루는 경주 남산이 애국가의 남산이라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통일전각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은 보는 이의 가슴을 뻥 뚫어준다. 푸른 하늘과 남산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통일전은 헌법가치인 통일을 기원할 수 있는 명소이다. 그런데 정작 경주와 경상북도 사람도 이곳을 잘 모른다고 한다. 하물며 타지 사람에게는 말해 무엇 하랴!

일각에서는 신라의 삼국통일을 비판한다. 대표적으로 단재 신채호 선생님이 그렇다. 단군·고구려·발해 중심의 조선사를 집필한 단재는 “당나라 군대와 연합해 동족을 멸함은 도적을 끌어들여 형제를 살상함과 다르지 않다.”라고 폄훼했다. 발해가 역사의 주 무대에서 떨어져 나간 것에 분개한 비평이지만 정설은 아니다. 오히려 그 지난한 통일과정을 보면 삼국통일은 한민족을 구출한 ‘한반도의 구원’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당시 백제와 고구려는 왜(倭)와도 손잡고 최약소국 신라를 집어삼키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춘추는 제 발로 고구려로 들어가 독립을 보장받으려다가 인질이 되었다. 그러고도 아들을 당나라 황제에 볼모로 잡히는 노블레스 오브리제 정신으로 당나라를 활용하여 삼국을 1차 통일했다. 연후에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의 유민과 합세하여 통일을 마무리했다. 1차 통일 후에도 당은 평양이남 땅을 신라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의사가 없었다. 오히려 신라까지 집어삼킬 야욕을 드러냈다. 신라는 고민했다. 당시 북동지역 최약소국이던 신라가 글로벌 최강국이던 당을 상대로 선전포고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 현대 전쟁 사례로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비견될 듯해 보인다.

하지만 신라는 치밀하게 추진했다. 당이 서쪽 토번(吐藩)의 침공으로 한반도 쪽에 전력을 다할 수 없다는 정세판단을 했다. 그리고 화해와 포용 정신으로 고구려와 백제 유민을 통합하여 동질의식을 키웠다. 신라는 자주적으로 당과의 전쟁을 선택했고, 전 세계 최강 당나라를 패퇴시키고 삼국통일을 완수했다. 그에 그치지 않았다. 통일국가에 걸맞은 국가 체제와 제도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까지 이루어냈다. 그 결과 이후 여러 차례 당나라 군대의 침공이 있었지만 소위 ‘당나라군대’로 만들어 버렸다. 오합지졸의 대명사인 ‘당나라군대’는 총을 쏘면 “탕” 소리가 아니라 “당”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대동강 이남에 한정된 신라의 통일은 불완전했지만 한민족의 통일지향성을 잘 보여주었다. 백제와 고구려 유민을 평등하게 받아들여 대동단결 사회로 만든 것은 당태종이 “여왕은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라고 비아냥했지만 신라는 3명의 여왕이 있었던 것처럼 남다른 평등사상을 가진 한민족 인본 정신의 뿌리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삼국통일은 최초의 민족 통일로서 새로운 민족 문화를 건설하는 계기가 되었고 오늘날 자유 대한민국 번영의 초석이 되었다.

통일서원제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신라의 통일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원동력으로 물리적 통일뿐만 아니라 화학적 통일로까지 이어지게 한 역사적 대(大)사건이다. 삼국통일의 뜻을 이어받아 경북이 통일의 중심이 되겠다”라고 선언했다. 삼국통일의 의미와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6·25 전쟁에서도 다부동 전투의 승리로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낸 경상북도는 자유 대통일을 마무리할 역사적 책무가 있는 통일 마라톤의 출발지라 할 것이다.

그런데 통일과 화해의 성지인 통일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과 유적지로 개발에 제한이 많고 현충시설로 무료입장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몇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본다. 첫째는 넓은 주차장을 차캉스가 가능하게 차박 장소로 활용하여 일단 사람이 찾아오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세금 외에 많이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연못을 끼고 있는 화랑정을 카페로 운영하여 계단을 따라 숨 가쁘게 참배하고 내려온 시민들이 차 한 잔과 함께 통일의 기운을 느끼는 휴게소로 운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전국 초중고등학생들 중에서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이 관장하는 경주 통일전, 청송 항일의병기념관, 다부동 전적기념관 세 곳을 방문한 3관왕에게는 경상북도 교육감과 경상북도 도지사의 인증서와 표창장을 수여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3곳의 현충 시설에 더하여 대한민국 자주국방과 산업화의 아버지인 구미 박정희 기념관과 독도까지 방문하여 미래 지도자의 기상을 다진 학생들에게는 5관왕 기념패를 증정하고 입학이나 취업에서의 어떤 메리트를 그려본다.

이러한 상념을 가지고 금년 제45회 통일서원제를 지켜보았다. 1년에 한 번 공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통일전이지만 통일의 기상이 흐릿했다. 사견으로는 정부가 통일부를 설치하여서까지 통일의 의지를 보이는 나라에서, 보존과 관리는 경상북도가 하더라도, 통일서원제는 대통령 적어도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국가 차원의 행사로 해야 하지 않겠냐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여당과 야당 대표는 그 당이 통일의 의지가 있다면 매년 경주 통일전을 방문하는 정성은 보여야 할 것이다.

자유대한민국 국민에게도 묻는다!
우리의 소원은 과연 통일인가?
꿈에도 소원은 통일인가?

대답이 “그렇다”라면 경주 통일전을 방문해서,

통일의 기상을 보라!
통일의 정기를 느껴라!
통일의 전략과 비전을 배워라!
마침내, 지역색을 탈피하고 화합과 통합정신을 다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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