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책이 무엇인가? ‘어떤 생각이나 사실을 글이나 그림 등으로 나타낸 종이를 모아 한데 묶은 물건이다’라고 한글사전에 쓰여 있다.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한 시대 인류의 삶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폭제가 된다.

그런 책은 시대와 장소 구분 없이 소중한 것 중 하나다. 책은 헌 것 새것, 버릴 것 소장할 것 따로 없이 모두가 소중하다.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이 그것도 책과는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학교라는 시설에서 있었던 통곡의 소리가 언론을 통해 전국에 울려 퍼졌다.

2023년 10월 4일 아침 조선일보를 펼치자 ‘고서의 명복을 빕니다.-전국 대학 책 장례식’이란 커다랗게 쓰인 기사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 기사를 접하는 순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책이 무엇인가? 책이 오래됐다고 내용이 달라진 건 아니다. 책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지식의 보고다.

학교도서관이 무엇인가? 도서관의 생명은 장서다. 그런데 울산대학이 도서관 서가공간이 모자란다고 오래된 책 45만 여권을 폐기 장례식을 거행했다는 기사였다.

또한 소중한 그 많은 책을 폐기시키게 된 이유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에서라 했다. 종이책을 폐기하는 것 시대에 따른 조치라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전자책과 종이책은 각각 장점이 있는가 하면 단점도 있다. 그래서 전자책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전자책도 적지 않게 단점이 있다.

전자책을 열람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전자책을 열람할 수 있는 기기 기구며, 전기라는 시설이 있어야 하고, 또한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전자책을 접할 수 있는 장소와 능력 등이 필요하다.

반면 종이책은 책을 접하는데 기계기구나 전기시설 또는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도 된다. 다만 문제가 된다면 울산대가 폐기를 하게 됐다는 이유인 장서를 보관할 많은 시설공간이 필요한 점이다.

‘전자책이 종이책에 비해 보관공간이 작고 관리가 용이하다’하나 종이책은 전기시설 등이 없는 산간 등 언제 어디에서나 전자책에 비해 접하기가 보다 용이하다.

앞서 지적한 이런저런 장단점을 떠나 그 많은 중요한 서적을 다른 곳도 아닌 배움의 터전 교육시설인 대학에서 단순히 보관할 곳이 없다는 것을 명분 삼아 폐기 조치했다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었다.

다양한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시해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선생과 도서, 책이다. 그런 책을 대량 폐기해 버렸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전자책이 있어서 종이책이 필요 없다면, 전등이 있는 현대사회에서 촛불이나 석유 등불 같은 것 없어도 된다. 하지만 많은 가정 또는 사업장에선 촛불도 호롱불도 준비해 두고 있다. 책 또한 그래야 맞는 것 아닌가 싶다. 더욱더 교육시설 중 하나인 대학에선.

신문에서 ‘고서의 명복을 빕니다. 전국대학 책 장례식’ 기사를 접하면서 ‘왜 대학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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