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K국제펜문학회 회장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후보로 손꼽히던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 (Jon Olav Fosse, 1959~ )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1949~ )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죽음을 자주 다룬다는 점, 그리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는 점이 같다. 욘 포세는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자신이 작곡한 노래에 직접 가사를 작시하기도 했다.

하루키는 오랫동안 음악다방을 경영하며 팝과 클래식 음악에 지식을 쌓아왔다. 하루키의 출세작 ‘노르웨이의 숲’은 비틀즈의 노래 ‘Norwegian Wood’를 들으면서 시작된다. (비틀즈의 노래 가사에서는 노르웨이 산 원목 의자 이야기이다) 두 사람 중 누가 노벨문학상을 받아도 준비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2023년 스웨덴 아카데미는 욘 포세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한 혁신적인 작가라고 지칭하면서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르웨이 작가로는 4번째이다.

인구 550만도 채 안 되는 노르웨이 문학의 저력은 무엇인가? 욘 포세는 어떤 작가인가?

욘 포세는 노르웨이 왕국의 서남부 해안 지역 로갈란 주의 소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인근 스트란데바름에서 성장했다. (욘 포세 재단 사무소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명문 베르겐대학교에서 비교문학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숲 그리고 호수와 피요르. 세계에서 자연환경이 아름답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가 노르웨이 아닌가. 욘 포세는 자신이 살던 자연환경에서 영향받았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노르웨이의 2개 공식 언어 중 서부 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뉘노르스크 즉, 신노르웨이어로 작품을 썼다. 약 70여 편의 소설과 희곡과 아동문학과 에세이가 그것이다. 욘 포세에 앞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다른 세 명의 노르웨이 작가들은 동부지역 오슬로 등에서 사용하는 책 언어라는 의미의 보크몰을 사용했다. 보크몰은 덴마크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들 노르웨이어들은 노르웨이 내에서는 물론 인근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유사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노벨문학상의 선정권자인 스웨덴 아카데미 당국과의 접근성이 가장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게르만계 언어라는 특성상 노르웨이의 감성이 잘 전달되는 독일어권에서 곧잘 번역됐다.

그 밖에도 영어권, 프랑스어권 등 수십 개국의 나라로 번역돼 금세기 최고의 희곡작가로 일컬어지곤 한다. 그리하여 욘 포세는 일찍이 뉘노르스크문학상을 비롯해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으며 그의 희곡은 헨릭 입센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상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욘 포세의 작품이 ‘3부작’, ‘보트하우스’, ‘멜랑콜리아’, ‘아침 그리고 저녁’, ‘오누이’ 등 다섯 편 이상이 번역 출간되었는데 독일어 번역에서 중역한 경우가 많다.

욘 포세는 세 번 결혼했는데,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아들 하나,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딸 둘을 두고 있다. 인도계 노르웨이인인 두 번째 부인은 전문 번역가로서 욘 포세 작품의 번역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무엇보다도 욘 포세 자신이 뛰어난 번역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 유리했다. 세 번째 부인은 슬로바키아인으로 가족관계부터 국제적이었다.

욘 포세의 작품 ‘아침 그리고 저녁’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는 글을 쓸 때 줄거리보다도 문체에 더 비중을 두었으며 상당 부분 음률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마침표를 거의 찍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의 문장을 구성한다. 그러나 행을 바꿈으로써 연결과 끊음의 의미는 알 수 있고, 특히 공백의 시간을 두면서 말하는 것보다도 더 주인공의 의사를 잘 전달하게 한다. 욘 포세는 가장 노르웨이적인 글을 쓰면서도 항상 세계와 교류했으며 이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곱씹어 볼만 한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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