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영 경주시 국제협력팀장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들숨과 날숨을 거칠게 내뱉자 옆에 있던 가이드가 “조금만 참으세요 곧 도착합니다” 하며, “이 길은 오르기 쉬운 길이에요” 한다. 가까스로 화성사에 당도하자 진귀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평일인데도 경내는 수많은 중국 참배객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 틈새로 한 무리의 중국인들이 스님의 구령에 맞춰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999개의 계단을 삼보일배(三步一拜)하며 올라왔다고 한다.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김교각 스님의 등신불이 모셔져 있는 화성사. 중국 불교의 대표적인 성지순례지이다. 김교각 스님은 신라 왕자로 당나라에 건너가 불교에 귀의하고 99세에 입적한 후, 중국에서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구화산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김교각 스님의 동상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99m.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다.

이번에 5박 6일의 일정으로 중국 이창시와 츠저우시를 다녀왔다. 이창시와는 2013년에 우호도시 결연을 맺고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다. 츠저우시와는 김교각 스님의 인연으로 2009년부터 교류가 이어져 왔으며, 21일에 형제의 연을 맺었다.

인구 400만의 이창시, 160만의 츠저우시. 양 도시 모두 시정부 서열 2위인 부시장이 직접 경주시 대표단을 수행 안내했다. 지금까지 중국을 수차례 방문했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방문 기간 내내 잔잔한 감동이 마음속에 출렁였다. 교류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경주는 츠저우시와의 자매결연 협정으로, 중국 내 자매우호도시가 7개 도시로 늘어났다. 한중을 잇는 가교(Bridge)를 경주가 7개나 놓은 셈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김교각 스님을 한중 양국의 우호교류의 산 증인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김교각 스님의 고향은 경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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