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 대학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17년간 묶여 있다. 이러다 보니 의사가 부족해 지방의료는 사실상 붕괴 상태다. 최근의 중증 환자가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는 극단적인 사례에 불과할 뿐 고질이 된 지방 의료 불균형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이런데도 정부의 의료 혁신이 의료 불균형 해소와 거리가 먼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북과 전남 등 심각한 의료 불균형으로 헌법상 권리인 생명권과 건강권이 차별받고 있는 지방의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사협회 등의 반대를 우려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대신 지방에서 줄곧 요구해 온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이 무산될 것이란 소식이다.

이 같은 의대 정원 늘리기는 오히려 의료 불균형, 국가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의료 불균형 해소의 핵심인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를 반대하는 의협 등 의사단체가 내세우는 이유는 집단이기주의의 전형이다. 의협은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가 비용 대비 효과성이 떨어지고 의학 교육이 부실화할 수 있으며, 직업 선택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의 의료 불균형은 의협의 이 같은 사치스러운 권리 주장을 훨씬 뛰어넘는 절체절명의 절박한 상황이다. 의대생들이 의사로 나갈 때 윤리 지침으로 여긴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니 ‘제네바 선언’을 들추어 가며 의사들의 희생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지방 의료 불균형은 하루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방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생명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지방의 현실이 어떤지 잘 드러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경북에서 암 치료를 받으러 빅5 병원(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에 간 환자가 12만4469명으로 비수도권 14개 시도 중 가장 많았다. 상급종합병원 5개가 있는 대구에서도 이 기간 동안 5만9000여 명의 암 환자만 서울 빅5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지역의 암 환자들이 원정 진료로 인한 체력적, 정신적, 물질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런데도 의료 개혁에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를 제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지방 의료 불균형 해소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