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제도개선방안 심의·의결
아파트 항목별 등급체계 등 마련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방향이나 층에 따라 공시가격이 다르게 매겨지는 아파트의 경우 항목별 등급체계를 마련하고 층·향·조망별 등급부터 내년 상반기에 우선 공개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열린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 방안’이 심의·의결됐다고 15일 밝혔다. 공시가격은 건보료, 토지보상, 부담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하지만 그동안 산정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공시가격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격 제도 개선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이, 표준지(토지)는 감정평가사가 조사·산정을 맡는다. 개별 단독주택과 개별 토지 공시가격은 표준주택 ·표준지 가격을 토대로 지자체가 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는 부동산원이나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공시가격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정부는 미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과세평가관과 일반직 공무원이 공시가격을 평가하는 점, 전문성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 공시에서 부동산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낮다고 봤다.

그러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개선책을 내놓았다.

지자체가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외부 검증을 강화하면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서울시와 협업해 공시가격 검증센터 운영을 위한 제도를 설계하고, 내년에는 2∼3개 시·도로 확산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자체 공시가격 검증센터에 이의 신청에 대한 1차 검토 권한을 부여하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가 심의하도록 절차를 바꾸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아파트의 층, 향, 조망 등 가격 결정 요인에 등급을 매겨 단계적으로 공개한다.

공시가격에 반영되는 층, 향에 대한 객관화가 미비해 조사자의 주관에 따른 편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열층(통상 중간층)을 기준으로 층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비율인 ‘층별효용비’가 세대 별로 공개되지 않아 공시가 신뢰를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에 국민 관심사가 높고 등급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층(최대 7등급)·향별(8방향) 등급부터 먼저 공개한다.

조망(도시·숲·강·기타 등)과 소음(강·중·약) 등 조사자 주관이 적용되는 항목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026년까지 등급 공개를 추진한다.

또 내년부터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 때 조사자 실명, 연락처를 공개하는 ‘공시가격 실명제’를 도입해 책임 있는 가격 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부동산 소유자가 이의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시세 관련 정보 등 보다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제공한다.

공시가격 산정 때 이용하는 기초 자료도 보강한다.

정부는 지자체가 직접 주택의 층, 면적, 구조 등 물리적 특성의 변화를 수시로 갱신하는 ‘과세대장’을 공시가격 산정에 활용하기로 했다.

조사자에게는 현황과 건축물대장 등 공부(公簿)상 기록이 일치하는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해 현장 조사 내실화를 꾀한다.

올해부터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인력을 늘린다. 지난해 기준 520명인 산정 인력을 올해는 650명으로 25% 늘리고, 2025년까지 690명으로 33% 확대한다.

공시가격 산정의 자동화 시스템 도입도 검토한다. 실거래가 등 부동산 가격을 자동 산출하는 프로그램인 자동산정모형(AVM)을 공시가격 산정에 적용할지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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