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호부무견자(虎父無犬子), 훌륭한 아버지 밑에 못난 자식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견부호자’ 개 같은 아버지에 호랑이 같은 자식, ‘호부견자’ 호랑이 아버지에 개자식, 등과는 확연히 다른 의미의 말이다.

잘되는 집은 조부보다 아버지가 또 아버지보다 아들이 훌륭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부무견자 훌륭한 아버지 게다가 못난 자식이 없으니 그 집은 잘된 집이다.

잘되는 집안은 부모가 훌륭한 자식을 만나고, 자식 또한 훌륭한 부모를 만난다. 잘 만난다는 게 뭔가? 인륜도덕을 그 무엇보다 중시하고 정직은 물론 정의로움을 의미다.

문제는 일국의 최고 정치지도자 총리 또는 대통령의 경우 그 자식들이 아버지보다 훌륭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흔치 않다. 잘 못된 자식이 있어서가 아니고 사회적 직위나 학문 등 지적인 면에서 아버지를 넘는 자가 결코 많지 않다.

지난 한국역사에 나오는 왕이나, 대통령, 총리, 그들만 보아도 부모보다 자식이 훌륭했던 사람 얼마 되지 않다.

한국인 중에 훌륭한 부모에 훌륭한 자식을 가진 사람 하면 조선 명종 때 이원수와 신사임당의 셋째 아들 율곡 이이를 떠 올릴 수 있다. 그들이 훌륭한 부모에 훌륭한 자식이었다는 것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다.

호부무견자 훌륭한 아버지에 못난 자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행실뿐만 아니라 자식의 행실도 남달리 바르게 살아야 한다.

어린 아들이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 가방을 뒤져 필통을 훔쳤다가 선생에게 발각 선생이 그 학생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알리며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다.

선생의 말을 듣고 아버지가 아들을 불러 남의 물건을 훔치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꾸지람을 했다. 그러자 아들이 그런 아버지는 왜 남의 집에 드나들며 도둑질을 했습니까? 그 때문에 징역도 몇 번 살았잖아요.

아버지께서 절도죄로 수차 징역을 살았던 것 생각나지 않으세요? 아버지가 하는 그것을 보고 배운 게 왜 잘 못됐나요? 아버지는 호부무견자 그 말 듣지도 못하셨습니까? 훌륭한 아버지 밑에 못난 자식이 없음을 이르는 말, 말입니다.

저는 아버지가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 훌륭한 일로 알고 저도 훌륭한 아버지 자식이 되고 싶어 한 것입니다. 그게 잘 못됐습니까?

아들이 하는 호부무견자 그 말을 듣고 훌륭한 부모는커녕 부끄러운 아버지로 살았음을 알게 됐다. 아들이 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를 떴다. 그리고 가까운 곳 산길을 걸으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훌륭한 아버지 밑에 못난 자식이 없다는데 난 그동안 못난 아버지였으니 자식 또한 못난 짓을 해도 그 자식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훌륭한 자식을 위해서라도 훌륭한 아버지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는 사람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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