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안전보건공단 경북지역본부 화학사고예방센터(구미) 센터장
이진우 안전보건공단 경북지역본부 화학사고예방센터(구미) 센터장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OTT(Over-The-Top),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OTT를 통해 영화, 드라마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볼 수 있다.

필자는 주말에 OTT로 주로 액션 영화나 재난 영화를 보는 데, 이 장르의 영화들을 보다 보면 비슷한 상황의 패턴을 종종 보게 된다.

적지나 재난 현장에 들어간 주인공은 처음에는 긴장하고 주의하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다가, 별일 없이 흘러가게 되면 그때부터는 긴장의 끈을 놓게 되고 그렇게 방심하는 순간 위험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은 우리 일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설마 나에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기본적인 안전수칙과 작업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방심하게 되는 순간, 어김없이 사고로 이어진다.

안전보건공단에서 2005년부터 2021년까지 화재·폭발·누출로 인해 발생한 중대산업 사고 130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안전운전절차와 안전작업허가절차 미준수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방심이 사고로 이어진다는 하나의 반증이라 할 수 있겠다.

영국의 종교인이자 역사학자인 Thomas Fuller는 “위험을 예견만 할 수 있어도 이미 절반은 피한 것”이라고 했다. 위험을 예견하기 위해서는 위험요소를 파악하여 관리 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위험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며, 작은 징조는 더 큰 위험의 징조인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감축 로드맵 전략 중 하나인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의 핵심 수단인 위험성평가를 정착시키기 위해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이 2023년 5월 22일에 개정됐다.

동 고시에도 작은 징조에 해당하는 ‘부상이나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던 상황(아차사고)를 일으킨 유해위험요인’도 위험성평가의 대상에 포함시켜 해당 유해 위험요인의 위험성 수준을 결정해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마련, 실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하인리히의 1:29:300 법칙을 수정해 버드가 내놓은 1(사망):10(경상):30(물적 피해):600(아차사고) 법칙은 630건의 무손상사고가 10건의 경상과 1건의 사망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작은 구멍이 댐을 무너트리듯, 작은 징조로 무심코 넘기지 말고 위험성평가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마련·실행하는 등 진지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 일터 주변의 유해위험요인을 꼼꼼히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어진 많은 예방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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