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천 파리1대학 국제관계사 박사
정상천 파리1대학 국제관계사 박사

지난 10월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정책 추진 10주년을 기념하는 정상들 간의 포럼이 140개 국가 대표 등 4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개최되었다. 무엇보다 이날 이목을 끈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우크라이나 전쟁의 와중에도 참여하여 중-러 간의 우의를 과시한 점이다. 사실 푸틴 대통령은 2017년에 개최된 제1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회의 참여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모두 참석하였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이번 포럼에 초청장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회 포럼 때는 공식 초청을 받아 박병석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대표단이 참석하였으나, 이번에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하는 것에 그쳤다. 한미일 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서 중국 측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은 아닌지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대일로 전략은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신(新)실크로드(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축 구상으로서, 육상 실크로드는 그동안 중국의 대외개방정책에서 소외되었던 중국 중서부 및 동북부 내륙지역 개발을 주요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변 인접 국가와의 도로 건설 등 인프라 연결 및 무역 원활화 추진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해상 실크로드는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항만 건설과 항로 구축을 통하여 물류, 통신, 정보의 흐름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한 배경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추진한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이 그동안 이루어 온 발전방식을 해외로 확장시켜 중국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에 필요한 자금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통해 조달하며, 최대자본금은 약1천억 달러로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세계은행(WB) 등과 공동으로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별 분담금은 중국(26.06%), 인도(7.51%), 러시아(5.93%), 독일(4.15%), 한국(3.5%) 등으로 우리나라는 37억 달러(4조3000억 원)의 분담금을 지불하였다.

우리나라가 일대일로 정책에 초창기부터 참여하고 있으나, 분담금 대비 AIIB 부총재 자리(총 5명) 하나 차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동안 추진 과정에서 이렇다 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 인프라 개발에 AIIB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였으나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로 가시적인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였다. 또한 분담금 5위 국가임에도 공식 초청장 조자 받지 못한 것은 한중관계의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우리정부는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국무원 총리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 기간 회담하였으며,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한덕수 총리가 시진핑 주석과 양자회담을 개최하는 등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만남에 그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대표단의 격을 높여 한덕수 총리나 중국 특사로 임명된 바 있는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파견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우리정부가 올해 말 그동안 중단되었던 한중일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에 장관급만 참석한 것은 미중간의 패권경쟁 사이에 놓인 우리나라 외교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향후 우리정부는 일대일로 포럼을 통해 양국간 협력 가능분야 발굴, 제3국 시장 공동진출, 한중간 협력사업 추진모델 개발 등을 통해 우리의 분담금에 상응하는 결과와 성과를 얻어 내어야 할 것이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對)중국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회피) 상황에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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