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차출론을 제기했다. 다분히 정치공학적 주장이다. 어떤 혁신이라도 해야 할 궁지에 몰린 국힘의 총선 승리를 위한 한 가지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 위원장은 지난 28일 한 인터뷰에서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의 스타는 (총선 때) 서울에 왔으면 한다. 희망이 없더라도 뚝심과 용기가 있는 계백 장군 같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 위원장은 ‘TK·PK 스타’에 대해 “김기현 대표도 주호영 의원도 스타들 아닌가”라고 콕 집어서 언급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의 승패는 늘 그랬듯 수도권에 달려 있다. 지금의 대통령이나 여당의 30% 중반대 지지율 추세 등을 봐서는 자칫 국힘이 내년 총선에서 지금보다 더 의석수가 쪼그라들어 이른바 ‘꼬마 영남당’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인 위원장이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을 들고나온 것은 수도권이 전체 지역구 253석 중 121석이나 되는 데다 수도권 민심이 대한민국 민심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남의원 차출론은 바둑에서의 사석(捨石)작전으로 읽힌다. 접전이 벌어졌을 때 아군의 일부를 버림돌로 내놓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를 잡도록 하고, 그 이상의 실리를 확보하기 위한 작전이다. 하지만 자칫 돌만 버리는 사석(死石)의 결과만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대부분 윤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계’로 통하는 영남권 중진 의원들이 지역구를 버리고 수도권에 출마한다면 자기희생으로 비춰질 것이다. 줄기차게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당정을 향해 비토를 놓고 있는 비윤계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일말의 명분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지역구 유권자는 물론 생짜배기로 상경해 생소한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그곳 유권자들에게도 도저히 납득될 수 없는 일이다.

내년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수는 없다. 국힘이 내년 총선에서 1당 탈환이 목표라면 보다 실질적인 공천 혁신안을 내야 한다. 공천 혁신안 이전에 대한민국 여론을 주도하는 수도권 민심을 돌리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내년 총선의 승패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아닌 실질적 민생에 민감한 2030세대 무당층의 향배에 달려 있다. 이들의 마음부터 달랠 묘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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