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연합
법원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기본권 침해 및 범죄 예방 효과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법원이 판결할 때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구분해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무기형 선고 대상자 가운데 더 엄한 처벌이 필요한 이들에는 ‘가석방 불가’ 조건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하에서는 무기 징역 또는 무기 금고형을 선고받았더라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당역 살인’. ‘세 모녀 살해 사건’ 등 흉악 범죄 피해자의 유족들은 가석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해왔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흉기 난동, 대낮 성폭행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지난 8월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며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흉악범이 상응하는 죗값을 치르고 사회로부터 격리될 수 있는 실효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흉악 범죄로 인생 전부를 잃은 피해자와 평생을 고통받아야 하는 유족분들의 아픔을 생각하고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며 “법률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인간 존엄을 해칠 우려가 있고 교화 가능성을 박탈하는 반면 범죄 예방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8월 “사형제도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했다.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에 관한 기존 논의는 위헌 논란이 많은 사형 제도를 폐지하고 그에 대한 대체 수단으로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사형 제도를 존치한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에 새로운 유형의 형벌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에 비해 기본권 침해가 덜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고, 선진국에서는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폐지하는 추세”라며 “절대적 종신형은 죽음의 시기만을 변형시킨다는 의미 외에 형사정책적인 의미가 크다고 보기 어렵고, 범죄 예방적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어 교도 행정에 큰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같은 달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헌법상 인간 존엄의 가치를 침해하고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형벌 제도”라며 반대 의견을 담은 논평을 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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