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뮨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뮨화회관장

쌀쌀한 바람이 부는 천고마비 계절 가을. 상주는 감 따고 깎는 곶감철이어서 낮에는 다니는 사람이 없다. 성당·교회·사찰도 신자가 줄어 썰렁하다. 부산은 모임과 행사 잔치가 많은 해산물철이다. 행사장 횟집마다 미식가와 주당으로 북새통이다.

환갑을 넘겨 제2인생을 사니 부부가 닮고 보약 같은 친구 같은 동반자로 굳어진다. 영감신랑이 집에 들어서면 아들딸 보며 첫마디가 ‘엄마는?’ 한다. 엄마가 있어야 밥 주고 빨래하고 모든 것을 챙겨주니 간사한 어르신네 입에서 자동으로 엄마 소리가 나온다.

낳아준 할매노인 엄마는 안중에도 없다. 옆바리지 하는 각시가 최고다. 도깨비방망이로 말하면 다 나오기 때문이다. 2~3년에 한 번 부부동반 야유회를 한다. 노래방도 가고 윷놀이도 하고 버스 타고 유람도 갔다. 23년 전 새천년기념 영종대교·해미읍성에 견학 갔다.

인천 바다가 횟집에서 싱싱한 회를 원도 한도 없이 먹고 소주잔도 위하여 삼창 ‘우리가 남이가’ 함성 지르며 비웠다. 해미읍성에 풍물패와 노래와 춤 좋아하는 백의민족 흉도 내고 흥도 발산하였다. 땅거미가 질 때 당진~상주고속도로 타고 고향땅 화서휴게소에 도착해 숨 돌렸다.

휴게소 매점 대형티브에서 ‘당신이 좋아’ 트릇트 나오니 저절로 어깨가 등실거리며 따라 불렀다. 묘령의 관광버스가 도착 3번 오르면 극락행 상주 문장대 등산하고 귀가하는 부산 자갈치 아지매가 한패 내려 합석하여 한바탕 지신밟기 쇼에 감동 먹었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짙은 눈썹에 샛별처럼 반짝이는 아지매 잘 논다. 반하여 눈에 선하다.

지금은 성모당 있는 대구에 살지만 고향 상주에서 여행 갔던 20년 전 애창곡 ‘당신이 좋아’ 오늘 들어도 신난다.

부부찬가 ‘당신이 좋아’사랑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하며 살자는 언약. 당신이 좋아 상주곶감·부산아지매와 핫바지아저씨 삼중창 불러 19회 부부 애창곡이다. 타란 만장한 인생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한결같이 당신이 좋았다.

휴게소에서 우리각시 상주 곶감 아지매 남의각시 부산 자갈치 아지매 둘러싸여 3분 30초 짧은 순간 눈 맞추고 몸 흔들며 부르던 상주 핫바지 아저씨들 트로트의 왕자 ‘당신이 좋아’ 자꾸 생각나며 즐거웠던 그 순간 잊히지 않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당신이 좋아 부르고 또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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