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불평등의 명확한 수치가 나왔다. 기초 지방자치단체 절반이 분만과 응급의료 취약지다. 특히 수도권과 거리가 먼 경북과 전남 등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균형발전을 논하기 전에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의료 불평등부터 해소해야 한다.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공식화했는데, 의대 증원 확대가 지역의 의료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데이터가 공개된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의 ‘2022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전국 기초자치단체 10곳 중 4~5곳이 주변에 분만이나 응급의료 처치를 받을 의료 기관이 없다. 특히 경북과 전남 등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역의 의료 불균형이 심각한 지경이다. 응급의료센터 도달 시간을 기준으로 분류한 ‘응급의료 취약지’는 서울이나 광역시의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거의 없었고, 경북과 전남, 강원 등의 군 지역이나 소도시에 몰려 있다.

분만 취약지를 광역지자체별로 보면 전남이 가장 많은 20곳이었고, 경북이 그다음으로 19곳이나 된다. 경북의 23개 시군(군위군 대구 편입 이전) 중 19개 시군이 분만 취약지다. 경북의 봉화·상주·영양·울릉·청송군 등 5개 군은 소아청소년과 접근 취약지로 분류됐다. 경북 양양·울릉·청송군 등 3개 군은 신장병 환자를 위한 인공신장실(투석실)이 있는 의료기관 접근성 취약지로 분류됐다.

여당이 TF까지 구성해 논의에 들어간 의대 증원 확대의 핵심은 수치에서 드러난 것처럼 붕괴된 지역의료와 필수 의료를 살려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역민 생명권을 위협하는 붕괴된 지역의료의 재건이다. 문제가 된 중증 환자가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는 극히 일부 사례에 불과할 뿐 지역의료가 붕괴된 지 오래다.

더군다나 경북과 전남 등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역에서는 과감하고 혁신적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데 오히려 의사와 병원이 줄고 있다. 의대 증원 때 지방 대학의 의대 정원 집중 증원과 지역 인재 선발, 지역 의무 복무제 등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또한 수도권에서 먼 지역의료의 수가 차등 인상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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