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천 파리1대학 국제관계사 박사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국빈 방문하여 세일즈 외교 측면에서 과거 어떤 정상외교에서 얻은 경제적 성과보다도 많은 액수의 투자협약이 체결되었다. 130여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이번 사우디, 카타르 국빈방문에서 사우디 156억달러, 카타르 46억달러 등 63개의 MOU와 계약 체결을 통해 총 202억달러의 투자유치와 무역거래를 성사시켰다. 작년 11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290억달러의 투자협약,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빈방문을 통해 이룩한 300억달러 투자유치 계획을 모두 합하면 중동지역 ‘빅3 국가들’에 총 792억 달러(한화 107조원)이라는 거대한 경제협력의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많은 액수의 투자협약과 MOU를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결국 우리기업들과 외국기업들이 상호협력을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후속조치와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단어가 ‘세일즈 외교’이다. 세일즈 외교란 “정상회담을 통해 자국의 상품이나 기술을 상대국에게 판매 및 전수, 이전시키고,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외교”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세일즈 외교(sales diplomacy)‘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언어이고, 국제적으로는 ‘경제외교(economic diplomacy)’ 또는 ‘비즈니스 외교(business diplomacy)’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일즈 외교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된 것은 김영삼 대통령 때인 1990년대 초반부터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세계화 선언’ 발표 이후 세일즈 외교가 본격화되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해외 방문때 전임 대통령들이 해왔던 것과는 반대로 수행단에 재계 인사들을 일절 동행시키지 말 것을 지시하였다. 그 이유는 자칫 정경유착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과거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기업인들을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시켜서 민원창구 역할을 하였던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취임 초기에 가졌던 기업인들 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해외순방의 빈도가 높아질수록 바뀌게 되었다. 국제무대에서 우리 기업인들의 활발한 활동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통상외교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기업인 수행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었다. 세일즈 외교에서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지원 아래 통상외교의 돌파구를 열고, 기업인들은 정상외교의 큰 틀에서 이루어진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시인 2016년 5월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1962년에 수교한 이란을 방문하여 3일 동안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이란 방문에 대기업 38개사, 중소 중견기업 146개사, 경제단체 및 공공기관 52개사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하여 경제분야 59건을 비롯한 총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여 총 371억 달러(한화 약 42조원)이라는 당시로써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외교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미국에서 치러진 제45대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애당초 잘못된 협정’이라며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탈퇴를 선언하였으며, 이란에 최고수준의 경제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였다. 이로 인해 한-이란 사이에 체결된 모든 MOU는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되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정상들의 세일즈 외교는 경제활성화의 ‘부싯돌’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성공하려면, 꼼꼼한 후속조치 추진이 절대적이다. 대통령의 순방성과가 국내 일자리 창출, 그리고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외국기업들의 국내진출의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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