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주 발표하기로 했던 의대 증원 수요조사 발표를 돌연 연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9일 의대 정원 규모와 방식 등을 포함한 필수의료 확충 방안 발표를 하기로 했다가 한차례 미뤘는데 또 연기한 것이다. 이러다 자칫 지난 문재인 정부처럼 의사협회, 전공의 등의 눈치를 보다가 또 후퇴하거나 주저앉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의료 격차가 심한 데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된 경북과 전남 지역민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허다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조사한 의료격차 실태를 보면 경북은 인구 1000명당 종합병원 의사 수가 0.55명이다. 전국 평균 0.79명의 69.6%에 불과하다. 경북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도 1.39명으로 전국 평균 2.18명의 절반 수준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시를 제외하면 꼴찌다. 이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죽는 사람이 한해에 1240명, 매일 3.4명이나 된다.

이 지경인데 정부가 의사단체들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미룬 배경에 의대 증원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의료계와 이견을 좁히기 위해 정부가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미루면서 40개 의과대학의 2030년까지 의대증원 수요를 확인하고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렇게 주저주저하다가 애초에 증원하기로 예상했던 증원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40개 의대가 수용 가능하다고 밝힌 2025학년도 희망 증원 규모가 277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6~2029학년도는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을 적어냈고, 2030학년도 증원 수요는 4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임기 내 의대 입학 정원을 최대 4000명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이와 비슷한 수치다. 이처럼 구체적 수치가 알려졌는데도 쉬쉬하고 있는 것이다.

의대 증원 문제는 더 이상 의협 등 의사단체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국민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직역 의견도 중요하지만 이미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적 함의는 도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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