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림 안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신호림 안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안동대학교가 2023년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최종 선정되었다. 예비 선정된 15개의 학교 중 10개 대학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었는데 그 안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준비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지난달 23일 이미 경북도립대학교와의 대학통합신청서를 제출했고, 대학구조 혁파를 위한 규정 신설 및 변경, 지역상생을 위해 문화·바이오·백신 분야를 특화하는 작업 등이 계속 이루어졌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엄청난 위기를 경험했던 안동대학교는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을 계기로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물론, 모든 것이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지만 5년이라는 지원 기간 동안 어떻게 사업 내용을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안동대학교가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준비하면서 내세웠던 아젠다인 ‘인문혁명’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안동대학교의 인문혁명은 크게 ‘TRIO 인재양성 선도’와 ‘K-인문 국제적 확산’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글로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문 교육 및 연구혁신을, 후자는 글로벌 K-인문콘텐츠 허브 구축 및 신한류 개척을 목표로 삼고 있다. 즉,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일환으로 인문학 연구와 교육을 혁신적으로 지원하고 K-인문콘텐츠의 글로벌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인문학이 소외되고 인문가치가 빛을 잃은 현시대에 안동대학교가 내세운 ‘인문혁명’이라는 아젠다는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인문학’을 바라보는 대학 내의 시선에 있다. 설명회와 공청회를 몇 차례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동대학교의 구성원들이 충분히 인문혁명의 목적과 이유에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왜 하필 인문학이냐라는 질문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이른바 ‘잘나가는’ 학과나 전공에 투자하기도 바쁜데 인문학 연구와 교육을 지원한다는 사실이 잘 납득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문예술대학의 구성원들도 몇몇 관심을 기울이는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면 인문혁명의 내용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인문혁명이라는 아젠다는 인문예술대학에서 제기한 것이 아니다. 경상북도와 안동대학교가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인문학이 선택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문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대학 내 구성원들도 인문혁명의 실체를 알기 어렵다. 전략적 선택의 대상이 된 인문학은 사업 선정을 위한 히든카드였지만 막상 선정이 된 이후에는 골칫덩이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이다. 누구를 위한 인문학인가? 인문혁명이라는 아젠다가 안동대학교 구성원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기 전에 소통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제기된다.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최종 선정이 되었으니 이제 마지막 단계로 수정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수정하고 외부 컨설팅을 받은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5년간 1000억을 지원한다고 하니 지원 금액에 맞게 예산안도 촘촘하게 다시 짜야 한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과의 소통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년 2월까지 3개월 정도가 남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안동대학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성원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과 관련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인문혁명을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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