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4호 혁신안으로 ‘전략공천 원천 배제’를 건의하면서 영남권 출마를 고심 중이던 대통령실 일부 인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초 내년 4월 총선에 도전하는 선임행정관급 이상 참모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최선을 다하라”는 격려와 함께 ‘대통령실 출신에 대한 특혜는 없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혁신위가 ‘낙하산’ 배제 의지가 거듭 표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신 참모에 대한 전략공천은 없을 것”이라며, “본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뜻을 언급하며 ‘경선 원칙’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사퇴를 하지 않고 ‘대통령 팔이’를 하며 ‘보수 텃밭’을 저울질하던 대통령실 인사들은 이번 혁신위의 후보자 경선 없이 결정하는 이른바 ‘전략공천’ 금지 발표에 곤혹스런 모습이 역력하다.

앞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는 지난 17일 “상향식 공천을 통한 공정한 경쟁” 원칙을 발표하며, 특히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도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와 중진의 험지 출마를 요구한 혁신위가, ‘대통령실 인사들의 총선 출마를 위해 빈자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실제 혁신위는 대통령실 참모를 비교적 당선이 수월한 지역구에 내리꽂는 ‘낙하산 공천’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수직적’이라는 지적받아 온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득권을 가진 중진·친윤 인사들이 물러난 자리에 전략공천 배제를 통해 다시 대통령 측근들이 차지하지 못하도록 막으면 새로운 관계 구축이라는 혁신이 달성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제대로 된 혁신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중진·친윤의 총선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와 함께 맞물려야 한다.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정하는 상향식 공천의 경우 인지도가 높고 탄탄한 조직을 구성한 현역 의원이 정치 신인이나 청년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텃밭인 영남에 대체로 분포한 중진·친윤 의원들의 희생 결단이 없으면 경선을 하더라도 해당 지역구에서 변화가 이뤄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에 혁신위는 ‘진정한 혁신’을 기치로 중진·친윤 용퇴 압박을 재차 이어갈 태세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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