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은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본회의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30일과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대해 “법정처리시한(12월 2일) 이전에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지정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지키자는 여야의 의지를 담아 임시로 일정을 잡아놓은 일종의 ‘가계약’이라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그 취지를 감안하면 예산안 합의가 없으면 본회의는 없는 것”이라며 “예산안 합의 시점에 여야가 협의해 본회의 일정을 정하고 예산안을 처리하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합의와 무관하게 30일과 다음 달 1일 본회의를 예정대로 열어 30일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을 보고하고, 24시간이 지난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특히, 본회의에서 ‘쌍특검’으로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등과 관련한 특별검사(특검) 및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법안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정쟁과 당략에 악용하겠다는 의도”라며 “국민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했던 일정을, 협상 내용을 왜곡해 의회 폭주를 감행하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맞지 않는 일종의 막장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반헌법적 정치 공세에 불과한 방통위원장 및 검사 탄핵, 쌍특검에 대해선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건 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대국민 약속이 있어야만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또 김진표 국회의장이 전날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탄핵안 30일 보고, 다음 달 1일 처리’를 약속했다고 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만약 민주당 원내대표 말대로 사실이라면 국회의장은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총에선 윤 원내대표와 이만희 사무총장이 “국회의장이 중립 의무를 훼손하면 본회의에 불응하겠다”는 당의 방침을 설명했고, 의원들도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만영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11월 30일과 12월 1일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가, 국민의힘이 항의하자 “다음(11월 30일) 본회의 전까지 정치 현안과 예산안 등의 처리를 위해 양 교섭단체가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수정 공지한 바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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