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 '다우닝가 합의' 서명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윤 대통령, 영국 일정 마치고 프랑스 행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금융특구 길드홀에서 열린 런던금융특구 시장 주최 만찬에서 마이클 마이넬리 런던금융특구 시장 등과 건배하고 있다.연합
수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과 영국의 관계가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양국이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한 지 10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이를 골자로 한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에 서명했다

양국 간 국방·안보·방산·경제·첨단 과학기술·인적 교류 등 협력을 총망라한 이 문서에는 총 45개 과제의 이행계획이 포함됐다.

양 정상은 우선 북핵 문제를 위시한 국제 분쟁 해법에 인식을 같이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미사일 개발을 규탄하고, 모든 핵무기,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규탄’,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이 국제사회 안보·번영에 필수 불가결임을 확인’,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서 민간인 보호·인도적 지원·확전 방지 노력 강조’ 등이 포함됐다.

특히 다우닝가 합의 이행을 위해 안보·경제·지속 가능한 미래 등 세 가지 분야를 지정해 새로운 협력을 추진하거나 강화키로 했다.

양국은 또, 외교·국방 장관급 2+2 회의 신설, 합동 군사 훈련,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 순찰 등을 문서에 명문화했다.

한영 국방협력 양해각서나 방산 파트너십 체결도 추진하고, 양자(퀀텀)·AI·반도체 등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특히 AI·양자 기술은 적 미사일 무력화 등 군사기술로 변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양국 정상은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도 별도로 체결했다.

미국에 이어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 사이버 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가교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은 미국 주도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속해있다. 또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당사국이기도 하다.

한편, 찰스 3세가 초청한 첫 국빈인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 기간 영국 왕실·정계·경제계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영국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 비즈니스 포럼,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미래 포럼, 런던금융특구 시장 주최 만찬 등 경제 일정도 소화했다.

비즈니스 포럼을 계기로는 다양한 협력 MOU(양해각서)가 체결됐다. ▲ 반도체협력 MOU ▲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 해상풍력 MOU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기관 간에는 에너지·AI·방산·바이오·금융 등 분야에서 총 31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됐고, 원전 분야에서도 전 주기에 걸쳐 9건의 MOU가 체결됐다.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도 개시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 FTA 개선 협상 과정에서 양국 기업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디지털·공급망·에너지 등 분야 새로운 규범도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2024년부터 한영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연령 상한을 기존 30세에서 35세로 상향하고 대상 인원 또한 1천명에서 5천명으로 확대하는 약정 개정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찰스 3세 국왕과 작별 인사를 한 뒤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2박 3일간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펼칠 계획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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