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특위 “시정하지 않으면 국민과 연대해 행동할 것”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 면담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대한불교조계종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종교 편향’ 인사를 시정하라고 요구하면서 연말 이전으로 예상되는 대통령실 개편과 정부 부처 개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조계종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의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래 지속적으로 통합이 아닌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 간 종교 간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며 “특히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 대통령실의 참모들, 군 장성에 이르기까지 불자(佛子)들이 거의 전무한 현실은 매우 의도된 종교 편향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이어 “지극히 공정하고 상식적인 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시 불교계는 물론 공정과 상식을 추구하는 모든 국민과 연대해 분연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국가 주요 인사정책에서 편향적 인사 즉각 중지 △이승만 기념관 국유지 건립 추진 중지 △홍범도 흉상 철거 철회,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 대한 진실된 추모 △종교 간 갈등 조장 중지, 국민통합을 위한 정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특위의 성명서는 지난 14일 교구 본사 주지회의, 17일 중앙종회 초선의원 모임, 22일엔 중앙신도회에 이어 조계종에서 나온 네 번째 성명서다.

앞서 조계종 종정예하 중봉 성파대종사도 지난 19일 경남 통도사에서 열린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창립23주년 기념 법회 및 대의원 총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종교 편향 인사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날 정승윤 공불련 회장 등의 예방을 받은 종정예하는 회원들을 격려하며 “공무원과 군 고위직 진급에서 불자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말도 있다”며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계종 차원의 종교 편향을 지적하는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는 것은 최근 윤석열 정부 고위직 인사에 ‘불자’가 포함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군 대장 진급 인사에서 불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장·차관과 대통령실 수석급에도 불자는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실에서 종교 문제를 다루는 시민사회수석의 후임자로 한때 독실한 개신교 신자가 후보로 거론됐던 점도 불교계를 자극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 본인이 공약한 ‘전통사찰 관련 정책’은 법안 개정은 물론 예산 반영조차 미진하다는 교구본사 주지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조계종과 불교신문에 따르면 현 정부에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19개 부처 장관 가운데 불자는 한 명도 없다. 반면 개신교는 한 총리 포함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5명이다. 또 천주교는 3명(신원식 국방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무교로 밝힌 이는 5명(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다.

19개 부처 차관 중에도 불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개신교는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을 포함해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장미란 제2차관,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박민수 제2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등 9명이다. 또 천주교 2명(임상준 환경부 차관,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 무교로 밝힌 이는 6명(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 장상윤 교육부 차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윤종진 국가보훈부 차관,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이다.

현재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후보자로 거론되는 황상무 씨도 KBS 기독신우회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불교계의 반발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26일 오전 영국 국빈 방문에 이어 프랑스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의 향후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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