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일 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부 교수
김주일 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부 교수

최근 종종 다른 지역에 강의를 다녀오곤 한다. 희망적인 내용이면 좋으련만, 지방소멸 위기와 관련된 강의 요청이 대부분이다 보니 발걸음이 그리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지역마다 위기의 요인은 명확하다. 하지만 솔직히 이를 헤쳐나올 방법은 흐릿하기만 한 현실이다. 하지만 지난주에 다녀온 강원도의 경우 다른 지역과는 또 다른 특이한 추세를 보여준다. 지방 도시 전반이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강원도는 상당히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180만에 달하던 강원도 인구는 1990년대에 급속히 줄어들면서 순식간에 150만까지 떨어지게 된다. 사실상 지방소멸 위기론을 가장 먼저 이야기했던 지역이다. 탄광업 등 강원도의 기간을 이루던 산업이 사라져버린 것이 컸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감소세는 멈추고 약간의 성장까지 나타내게 된다. 그리고 지역 전반이 완연한 인구감소세인 지금 그래도 큰 변동 없는 추세를 잘 유지해주고 있다.

물론 최근에 있었던 호재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혁신도시나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였고 고속 기간시설도 지나가게 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서울로만 집중하는 이 시대에 지역이 가지는 특징이 잘 어필하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산악과 해양을 아우르는 유려한 자연환경이 강원도의 장점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때문에 산업경제 부분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손해를 봐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산업성장의 시대를 지나 다시 수도권 집중으로 돌아가면서, 오히려 ‘산업도시 아닌 곳’의 가치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어차피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이 아니다 보니 고용 감소의 피해도 크지 않았다. 게다가 수도권 집중에 따른 휴식과 힐링의 수요도 증가하면서 강원도 곳곳이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그저 설악산 하나가 유명했다면 이제 속초의 재래시장에서부터 양양의 해변 서핑까지, 예전에 몰랐던 강원도의 힘들이 재발견되고 있다. 광역시 없는 지역이라는 점도 단점만은 아닌 것 같다. 거점도시라 할 수 있는 원주, 춘천, 강릉이 모두 2~30만 대 도시에 불과하다. 50만 이상의 대도시가 없다는 유일한 도이다. 그런데 이런 균등한 지역 구조가 오히려 지금은 장점이 되고 있다. 각 도시의 장점과 특징이 뚜렷하기에 서로 간의 기능분담을 통한 네트워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악환경과 의료여건을 갖춘 원주, 교육과 문화산업을 보유한 춘천, 그리고 전통문화와 해양환경을 가진 강릉이 서로 대체 불가능한 연결 관계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는 영호남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유출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천으로 비유하자면 큰 댐은 없지만 작은 댐을 여러 곳에 설치해 놓아 물을 잘 가두고 있다고나 할까? 인구유출을 막는 데는 이런 모형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선전 이면에도 허와 실은 있다. 서울과 고속철로 연결되면서, 일종의 수도권 2선 지역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그것이다. 지역 자체의 성장이 아니라 수도권의 확장에 따른 반사이익이 아니냐는 것이다. 강원도의 오랜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강릉의 침체도 걱정거리이다. 지역 전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결국 동해안의 강릉-동해-삼척 지역이 살아나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으로부터 한 시간 내 영역인 원주-춘천권에 인구가 집중되고 있을 뿐, 동해안은 여전히 감소추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다 보면 지역이 수도권 영향으로 반반 나누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인구 감소, 활력 소멸은 지방 도시 공통의 고민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이렇게 각자의 사정과 처지는 또 다 다르기 마련이다. 결국, 위기의 시대, 우리 지역의 고민을 대신해줄 대상은 없는 것 같다. 경북의 위기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어떤 접근이 필요할지, 결국 우리 스스로가 고민하고 찾아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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